[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검찰이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증거인멸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르면 이번 주 초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기내 폭언 및 폭행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과 탑승 승무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대질신문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대한항공이 이번 사건을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관련 증거를 조작하려 했다는 진술과 내부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 상무(57)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세 차례에 걸쳐 소환해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는 등 회사 측의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여 상무와 다른 임직원들도 함께 불러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와 조 전 부사장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 또는 조작에 관여하고 임원들에게 지시한 정황이 담긴 내부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 상무가 땅콩 리턴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토록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뒤 이 같은 조치 사항을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검찰은 대한항공 임직원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조 전 부사장이 회사 임원들로부터 문자나 전화로 관련 상황을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검찰은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한 조 전 부사장의 혐의를 확인한 만큼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르면 이번 주 초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여 상무 등 증거인멸에 가담한 임원들에 대해서도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JFK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램프리턴을 할 당시 상황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조만간 대질신문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관련자 대질을 통해 증거인멸 지시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확인을 벌일 방침이다.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일등석에 탑승했던 목격자와 박 사무장 등은 "조 전 부사장이 무릎을 꿇게 하고 파일로 손등을 치거나 던졌다. 승무원을 일으켜 세운 뒤 탑승구까지 밀었다"고 진술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관련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일등석 항공권을 무상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의뢰한 건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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