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가부양 불가피…위안화 국제화·외환시장 개방·환율전쟁 가시화 등에 따라 통화 하락 예상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강세 기조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중국의 추가 부양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위안화 약세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2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금리인하 이후에도 위안화 절상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27일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1320위안으로 낮춰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른 것이다. 2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위안 환율은 6.1325위안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24일부터 이날까지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값은 오히려 0.23% 더 뛰었다. 올 중반 이후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뛴 유일한 신흥 통화다.
이는 중국이 외환시장을 통제하고 있어 금리인하 효과가 당장 환율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와 후강퉁 시행에 따른 투자금 유입 등도 위안화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미툴 코테차 아시아 통화 전략가는 내년 9월까지 위안화가 현재보다 2.3%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HSBC는 위안화 약세의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 가능성을 꼽았다. HSBC는 내년 중반까지 인민은행이 2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준율 역시 1.50%포인트 낮춰질 것으로 전망됐다.
스위스은행 UBS의 왕 타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잇단 금리인하와 자금유출세로 내년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6.35위안까지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보다 위안화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브리 아시아·태평양 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는 당장 이달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6.40위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는데다 자본시장과 함께 중국 외환시장의 개방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점 역시 위안화의 장기적 약세를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절상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던 위안화의 변동성을 확대해 위안화 시장화에 한발 더 다가가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의도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정상화 과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인민은행이 금리를 전격 인하한 지난달 21일 위안화의 1개월 내재변동성은 아시아 통화 중 말레이시아 링깃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환율 전쟁'의 측면에서 위안화 약세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BNP파리바의 리차드 일레이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국가간 환율 전쟁이 가열되고 있어 중국 정부도 위안화 약세 유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엔화 및 유로화 하락세가 심화되면 인민은행은 통화 완화정책 이외에도 환율 정책을 써야한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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