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적용 대상이 기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에서 30억원 이상 기업으로 대폭 확대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촉법상 국내금융기관으로 한정돼 있는 채권단의 범위는 해외금융기관은 물론 공제회, 연기금, 회사채 투자자 등 금융채권을 갖고 있는 모든 기관으로 확대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화여대 도산법센터와 금융연구원은 이날 오후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시화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1월17일자 1면 참조>
기촉법은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을 채권단 주도로 채무상환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 통해 회생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통합도산법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법안으로 꼽힌다. 2001년 한시법(5년)으로 제정된 이후 세 차례 연장돼 내년 말 효력이 정지된다. 그러나 기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기촉법이 절실했던 정부가 이를 상시 법제화하기 위해 추진했고, 이 방안이 담긴 연구용역 결과가 이날 공개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말 종료되는 기촉법을 상시화 하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위헌 소지를 최대한 없애는 쪽으로 수정 보완했다"고 말했다.
개선안은 우선 형평성 보완을 위해 기촉법 적용을 받는 채무 기업을 기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에서 30억원 이상 기업으로 넓혔다. 원칙적으로 적용대상 채무자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지만,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여신이 있는 기업은 신용위험평가 대상에서 제외키로 해, 이들 기업은 기촉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동안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신용공여액이 이보다 적은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발제를 맡은 오수근 이화연대 교수는 "여신규모가 작은 채무 기업을 기촉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어 일부 수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개선안은 국내 금융기관으로 한정돼 있는 채권단의 범위를 외국금융기관은 물론 공제회, 연금, 기금, 대주보 등 해당 기업의 금융채권을 갖고 있는 모든 기관으로 확대했다. 과거 쌍용건설 사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을 추진할 당시 군인공제회가 채권단에서 빠져 자금 회수를 추진하면서 워크아웃이 중단돼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또 채권단 협의회에서 신규자금 지원안에 찬성하고는 정작 약정체결 단계에서 자금지원을 거부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일부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중도에 발을 빼면서 다른 채권단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소액채권이나 일정 비율이하의 채권에 대해서는 주채권단이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내달 중으로 정부안을 확정한 후,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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