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서울시의원 지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제2롯데월드·63빌딩 등 서울 시내에 즐비한 18층 이상 고층 건물들이 화재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가사다리차, 굴절사다리차 등 소방당국이 보유한 장비의 도달 높이가 각각 18층, 15층에 불과해 더 높은 건물에 불이 났을 경우엔 화재진압·구조에 나설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25일 조상호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고층 건물이 증가하면서 화재도 늘어나고 있다. 18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5486동으로 최근 3년간 3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6%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도 최근 3년간 (11층 이상·9월 말 기준) 517건이 발생해 4명이 죽고 38명이 다쳤으며, 재산피해도 13억7000만원이 발생했다. 30층 이상 건물에서 난 화재도 2011년 20건, 2012년 17건, 2013년 28건 등이 발생했으며, 올해도 9월 말 현재 22건의 화재가 났다.
문제는 이처럼 고층 빌딩에서의 화재 발생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소방 당국의 장비는 구조 높이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소방방재본부가 보유한 고층 빌딩 화재 진압·구조 장비는 고가사다리차 25대, 굴절차 26대 등이다. 그러나 고가사다리차의 경우 최대로 펼칠 경우 높이가 55m(층고 3m 기준 18층)에 불과하다. 굴절사다리차도 층고 높이 3m 기준 15층까지밖에 올라갈 수 없다.
이에 따라 소방관들은 이보다 더 높은 빌딩에 불이 났을 경우 20kg 이상인 소방 장비를 메고 뛰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소방관이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를 목적으로 내부에 진입해 활동할 수 있는 가능 층수는 30층 정도에 불과하다.
각 고층 빌딩들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저마다 화재 시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긴 하다. 최근 저층부가 개장했고 고층부가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의 경우 화재 시 골조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콘크리트보다 3배 정도 강한 고강도·고내화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서울시의 초고층 건물 화재 대비 가이드라인에 충족하도록 유독가스·불길 등을 막고 정전 염려가 없는 15대의 대피용 엘리베이터도 설치했고, 고객 대피용으로 '벙커'와 다름없는 안전구역도 만들어 놨다. 제2롯데월드 측은 이러한 점을 들어 화재 시 1시간 이내 전원 대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 의원은 "고층 건물에서의 화재는 급격히 불길이 커지면서 구조·진화 활동에 매우 어려움이 크다"며 "현재 각 고층건물들이 준비해놨다는 소방·안전 시설도 최소한의 기준일 뿐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소방 시설의 작동 불능 및 용량 초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워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고가사다리차·굴절사다리차의 최대 높이가 부족하므로 외부에서의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 활동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 고층건물 화재에 대한 대응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며 "소방관들이 내부 진입 시 원활한 활동을 위해 전략적인 고층건축물 화재진압작전을 세우고 경량화된 장비의 보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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