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통일에 대한 저의 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망망대해'와 같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 기조연설에 앞서, 행사장 앞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 망망대해가 펼쳐진 사진 한장을 띄워놓고 "'통일' 두 글자에 대한 저의 심정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통일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망망대해와 같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결코 쉽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강조한 이후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일금융 TF'를 구성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으며, 지난 18일 지난 5개월간의 결과물인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반도 경제통합시 금융정책 과제, 북한 개발을 위한 지원 방안, 경제통합을 위한 금융시스템 구축방안 등이 담겼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통일에 대한 구체적 고민을 하면서 크게 2가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8년 기획재정부 차관보 시절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닥쳤을때 한국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통일도 전적으로 금융당국 입장에선 100% 외생 변수로 받아들여야 한 것이 첫 번째"라고 했다.
또한 "북한의 경제 상황과 관련한 믿을만한 데이터가 없다"며 "피상적 데이터만 갖고 추측 등으로 (발표자료)준비해야 하는 것이 두번째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통일 전 무엇을 준비하는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걸 의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위원장은 "통일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부끄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말로만 통일, 통일하면서도 실제로 무슨일을 해야할까 구체적인 플랜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 위원장은 "오늘 발표 자료를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한반도 통일시대가 열리면 오늘 주제가 망망대해가 주는 두렴움을 극복하고 의지할 수 있는 작은 나침반 정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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