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정점 지났나…재냉각 기류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재건축 아파트와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주택경기가 재냉각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값은 약세로 전환되고 재건축 등 기존 주택의 매매거래까지 이달 들어 줄어드는 추세다.
높은 청약경쟁률로 그나마 불을 뿜던 새 아파트 분양시장도 이번 주 들어 미달 사태를 맞으며 날씨 만큼이나 빠르게 냉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큰 흐름에서 보면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회복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고 대외여건마저 불안정하다.
부동산114가 설문조사를 통해 14일 발표한 '하반기 주택거래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주택의 가격 수준을 평가하는 '주택가격평가지수'가 120.4를 기록하며 3개 반기 연속 100을 넘겼다.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회복세가 벌써 정점을 지나 하락 반전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이달 전국의 주택사업환경지수(HBSI)는 전달에 비해 41.3포인트 하락한 116.3을 기록하며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기준치인 100을 넘어 앞으로의 주택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이 여전히 많았지만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점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각종 지표도 최근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각각 21.5와 17.4로 6주 연속 내림세다. 매매거래지수는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매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도 내림세다.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ㆍ1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9월5일 0.09%에서 19일 0.15%로 급등했지만 지난달 30일 0.04%, 전 주 0.02%로 오름 폭이 둔화되고 있다<관련기사 : 국회에 발목잡힌 부동산 시장, 더블딥 우려>.
12일 1순위 청약접수에서는 서울 구의동에 공급되는 '강변SK뷰' 등 핵심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전 노은지구와 송도, 경북칠곡 등지에서 대부분 미달돼 2~3순위로 기회를 넘기게 됐다.
청약열기가 뜨거운 부산에서도 이번 주 청약접수에서는 대거 미달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부산 지사동 삼정그린코아는 3순위까지 1013가구 중 90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게 됐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내년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유럽ㆍ중국 경기 불안정, 엔저(低)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 등 불안요인이 많아 특단의 대책 없이는 간신히 살아난 불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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