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북한이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킨 것에 대해 "북한의 태도는 남북 간 합의를 저버리는 신의 없는 태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오후 43개국 주한 외교 사절을 초청한 가운데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최한 정책설명회에서 "현재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무산되는 상황에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류 장관은 "10월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고 우리는 30일 회담을 제안했다"면서 "북한은 긍정 답을 주기는커녕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민간의 자율적인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비호·지원한다고 왜곡하면서 사실상 우리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은 지난 70년간 적대적 관계에 있었고 그런 적대 관계로 인해 남북 쌍방 간 불신이 계속돼 약속과 합의는 자주 파기됐고 불신이 지속됐다"면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그런 불신은 더욱 커져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류 장관은 "이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대화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고 남북 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런 노력 없이 남북관계가 설령 재개된다고 해도 과거 본 대로 약속하고 파기하고 위기가 고조되고 이어 경색이 지속되는 악순환 고리를 우리는 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강변하지 말고 조성된 대화의 계기를 활용해 남북관계를 진정 발전시키는 길로 나서야 한다"면서 "남북관계의 오솔길을 만들어서 그것을 대통로로 확대시키자는 말이 진심이라면 전제 조건을 내걸지 말고 우리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 대사, 스콧 와이트먼 영국 대사,롤프 마파엘 독일 대사, 레슬리 바셋 미국 부대사 등 주한 43개국 대사, 부대사 등 외교사절이 참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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