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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사퇴, 親朴의 '非朴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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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장준우 기자]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의 돌연 최고위원직 사퇴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개헌 드라이브'를 비판했다는 점, 비박계로 그간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김 의원이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했다는 점에서 그의 돌출행동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실책을 계기로 주도권을 쥐려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친박 교감설'까지 제기되고 있어 김 의원의 돌연 사퇴는 당내 친박-비박 간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당에선 김 의원 사퇴를 '존재감 부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인 김 의원은 비박이면서 지지기반이 PK(부산ㆍ경남)란 점에서 김 대표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영남권 차기 주자로 올라서기 위해선 김 대표를 넘어서야 하는데 지난 7ㆍ14 전당대회에서 3위로 입성한 뒤 김 대표에 가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의원이 김무성 체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고, 한 초선 의원도 "김 대표 체제에서는 뜰 수 없다고 판단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근들 역시 사퇴 번복 가능성에 손사래를 치며 "김 의원에게 남은 도전은 대권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직 사퇴도 20대 총선 불출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비박계 측은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로 본다. 청와대가 '개헌' 파동으로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만큼 친박계가 행동에 나섰고 방법론으로 비박계 균열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청와대 교감설'이다. 김 대표가 김 의원의 돌연 사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비박계인 조해진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김 의원) 발언을 봤을 때 그간의 개헌 입장을 포기하고 친박계와 같은 의견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의 한 의원은 "김태호 의원과 김 대표가 전당대회 때도 그랬고 굉장히 친한 사이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고, 비박계 한 관계자는 "어제 회의에서 가장 표정이 밝았던 사람은 이정현 최고위원이었다"고 했다. 연일 김 대표를 비판하고 있는 대표적 핵심 친박 홍문종 의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개헌론으로 여의도를 완전히 블랙홀로 빠뜨렸다"며 "(김 의원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려 한 것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 사퇴로 당 지도부의 균형추는 친박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김 대표를 제외하곤 당 지도부가 친박 일색이 됐다. 당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취임 100일 만에 고립됐다"고까지 말했다. 당 안팎에선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이 이 같은 상황을 예단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봤다. 때문에 김 의원 돌연 사퇴를 '차기 대권용 정치행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친박ㆍ비박계 모두 "수(數)의 정치는 결국 제 꾀에 넘어질 수밖에 없다.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고수는 명분을 중시하지 꾀를 쓰진 않는다"고 지적해 김 의원의 '돌발 사퇴' 카드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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