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비공개 회의서 긴축 원칙 재확인 "내년 균형재정 목표가 우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독일의 급속한 경기 둔화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긴축 고집을 꺾지는 못 하는 모양이다.
독일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성장률 전망치 발표 후 연정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 재정지출 확대는 없다고 못박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집권 연정을 주도하고 있는 기독민주당(CDU) 관계자에 따르면 메르켈은 경제성장 전망에 상관없이 내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장률보다는 내년 균형재정 달성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메르켈은 경기가 약화되고 있는 원인은 독일 정부의 정책보다는 다른 국가의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의 위기 상황이 독일 경제를 최악의 침체로 몰아갔던 금융위기 상황과는 비교할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은 또 유럽연합(EU)를 위하는 것보다는 독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만약 독일이 긴축에 관한 입장을 변경하면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서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다소 완화한 것을 간접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민주당의 카스텐 슈나이더 의원은 "정부가 경기 위험 신호를 잘 살펴야 한다"며 "독일 경제가 침체에 돌입하면 정부가 재정수지 목표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2%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3%로 낮췄다.
최근 독일 경기 부진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공개된 독일의 8월 경제지표는 잇달아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8월 산업생산과 제조업 수주는 각각 4.0%, 5.7% 감소해 2009년 1월 이후 최악의 부진을 나타냈다. 8월 수출 역시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폭 감소를 기록했다.
독일 정부는 수출 증가율이 올해 3.4%, 내년 4.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독일 경제의 40%를 차지한다. 또 독일 수출 물량 중 40%는 유로존에 수출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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