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측 "관련 없다" 부인...의혹 제기 주도한 P교수 부회장 맡은 대한하천학회에 5억대 용역발주해 비판 제기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롯데월드몰'이 14일 개장한 가운데,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 공사의 안전성 문제를 비판하고 의혹제기에 앞장섰던 P교수가 부회장을 맡은 대한하천학회에 5억원짜리 용역을 준 것으로 드러나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인숙 국회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은 14일 오전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통해 "석촌호수 수위저하 문제로 서울시와 롯데, 송파구청이 각각 진행중인 관련 연구용역의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과 롯데 측에 따르면, 롯데 측은 지난 7월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한 석촌호수 수위 저하, 지하수 유출 등에 따른 지반 침하 가능성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객관적인 검증을 하겠다며 안전 점검 용역을 발주했다.
이를 수주한 곳은 처음엔 한국지반공학회와 영국의 Arup사 등 2곳 뿐이었다. 그런데 돌연 7월 말 대한하천학회가 용역 수행사에 추가됐다.
문제는 대한하천학회가 제2롯데월드 서울시 시민자문단 자문위원이자 석촌지하차도 동공 민간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P교수가 부회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라는 점이다.
P교수는 특히 지난 6월부터 7월말까지 학자의 소신과 판단을 내세우면서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로 인해 주변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을 강조하는 등 가장 앞장서서 위험 경고를 해 온 인물이다.
P교수는 당시 언론에서 "롯데월드 싱크홀은 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직접 석촌호수 주변을 둘러보면 그곳말고도 석촌호수 이면도로 100미터 정도, 호수 인근에서도 일부 도로가 2~3cm 깊이로 주저앉은 현상을 발견했다.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2롯데월드 주변에 싱크홀 전조 20~30개 더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진 건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일 가능성을 적극 시사했었다.
그러나 7월말에 자신이 부회장을 맡은 대한하천학회가 롯데 측이 발주한 용역을 수주한 후부터는 말이 서서히 바뀌었다. 8월초나 중순부터 언론 인터뷰에서 “석촌동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관련이 없다”고 충분한 분석자료도 없이 오히려 잠실롯데월드측을 옹호하는 듯 주장하기 시작했다. 잠실롯데월드 싱크홀 문제는 적극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8월28일 서울시 민간조사단 석촌동 일대 싱크홀과 동공 발생 원인이 지하철 9호선의 부실한 터널공사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롯데 측이 5억원대의 용역을 준 것이 P교수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8월 말쯤 아시아경제신문의 기자와 만나 "P교수가 학회와 롯데 측으로부터 강하게 압박을 받고 있어서 (제2롯데월드 문제에 있어서) 더 이상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겠다고 호소해 다른 전문가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특히 P교수는 4대강 반대 활동을 주도하면서 박원순 시장 측과 깊은 인연을 맺은 후 박 시장 취임 후에는 서울시의 우면산 산사태 진상조사단을 사실상 이끄는 등 박 시장의 최측근 건축·토목 관련 전문가 그룹의 리더로 알려져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계 관계자는 "처음에 2개사가 용역을 수주한 뒤 뒤늦게 한 곳이 추가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용역 발주다. 보통 2~3억원에 불과한 용역 금액도 5억원이나 된다"며 "하천시설, 수질 문제를 주로 다루는 대한하천학회가 지하수 흐름 및 지반·건축물 안정 여부을 조사·연구해야 할 제2롯데월드 안전 점검 용역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롯데 측과 P교수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P교수는 "내가 정회원이나 부회장으로 있는 학회가 한 두 곳이 아니다"라며 "전문성도 충분히 있고, 제2롯데월드 안전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참여해달라고 해서 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하천학회 소속으로 용역 수행을 맡고 있는 박재현 인제대 교수도 "용역을 맡을 때 절대 기업 측의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연구ㆍ검증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롯데 측도 "7월에 용역을 (한꺼번에)발주했으며 추가 발주는 없었다. 석촌호수 수위변화와 잠실 제2롯데월드 인과관계, 석촌호수 수위 저감 원인 규명, 석촌호수 수위 저감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이었다"라며 "석촌호수 수위 저감 원인 및 방지대책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국내외 저명한 3개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보다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하고자 지반의 대한지반공학회, 하천의 대한하천학회, 해외 지반 전문가 집단인 Arup사에 의뢰한 것으로 P교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