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있는 부분의 자료 의원실엔 '필살 무기', 피감기관엔 '치명타'
-현행법상 피감기관 국회 자료 제출 요구 응해야 하지만
-피감기관 안보상, 개인 정보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 거부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심사문제의 공정성 때문에 대외공개할 수 없습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국감 자료를 잘못 기재한 제출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014년도 국정감사에서도 '밝히려는 자'와 '밝히지 않으려는 자'의 자료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감 기간이 되면 의원실은 각 상임위별 피감기관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한 피감기관의 답변서는 의원실의 '필살 무기'가 되는 반면 피감기관에게는 치명적인 내상을 입힌다. 해마다 국감이 되면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국회와 피감기관은 물러설 수 없는 신경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
국회법은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피감기관은 국감에 필요한 자료 제출요구를 받은 경우 다른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응해야 한다.
하지만 피감기관들은 안보상 이유, 비밀 문서,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자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7일 실시됐던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국감의 경우 외교부는 내부 문서, 검찰 수사 진행 중이라는 단서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같은 날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는 안행부가 공익사업선정위원회 실명을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었다. 8일 실시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은 의원들이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사업에 대한 평가결과를 요구했으나 교육부는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자료를 내지 않았다.
피감기관이 답변서를 임의로 삭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며 자체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삭제해 의원실의 질타를 받았다. 한은은 결국 경위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식약처는 국감 자료 제출이 잘못됐다며 해당 직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 자료를 이용해 치약에 '파라벤' 물질이 과다하게 함유돼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2개 품목의 파라벤 함량을 잘못 기재했다며 제출자를 징계하겠다고 해명했다.
기재위 피감기관인 국세청은 단골 '자료제출 거부' 기관이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국회의 업무목적상 제출요구는 예단서 조항에 없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올해에도 비밀유지 의무 조항 등을 이유로 자료를 거부해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피감기관의 제출 거부가 줄을 잇자 정치권은 법으로 제동을 거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국회가 안건심의, 국정감사, 국정조사 또는 인사청문에 필요한 과세정보를 요구할 경우를 현행법상 '비밀유지 의무' 조항의 예외로 인정하는 항목을 신설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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