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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고문 겁탈…서북청년단의 실체, 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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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 재건추진에 제주도민들이 치를 떠는 이유...4.3 당시 만행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학살 고문 겁탈…서북청년단의 실체, 이래도? 제주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검거돼 처벌을 기다리던 제주도민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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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 재건추진위원회이라고 마씸? 미친 거 아니꽝? 그들이 존경한다는 서북청년단 '선배'들이 저지른 만행을 100분의1이라도 안다면 아마 재건 추진 운운은 절대 못 할 거우다."


최근 일부 극우 보수 성향 인사들의 '서북청년단' 재건 추진 소식을 들은 한 제주도 출신 인사의 말이다. 제주도민들은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검사해 봐야 한다", "역사 교육이 잘 못 된 것 아니냐"는 등 '황당하다'는 반응부터 "또 다시 해방 정국의 극단적인 좌우 갈등이 재현될 징조"라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까지 나오는 등 이번 논란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도대체 서북청년단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길래 이처럼 제주도민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것일까?


아직까지 서북청년단원들이 제주도에서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별도로 정리된 공식 기록ㆍ연구 등은 없는 상태다. 정부가 2000년 '제주4.3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북위원회'를 구성해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를 공식 발표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빨갱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한 유족ㆍ피해자들의 진술ㆍ신고 거부 등으로 전체적인 피해규모 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서북청년단이 저지른 만행도 일부 피해자들의 진술 등에 의해 기록돼 있을 뿐 전체 피해와 구분돼 있지 않아 명확하지는 않은 상태다. 김은희 제주4.3재단 추가진상조사단 연구원은 "개인적 연구 논문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서북청년단에 의한 피해는 정리돼 있지 않다"며 "최근 구술기록 등을 정리해 보려다가 너무 방대해서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일부 기록만으로도 서북청년단의 '만행'은 치가 떨리고도 남았다.


서북청년단과 제주도의 악연은 1947년 4월 부임한 유해진 도지사가 서북청년단 출신 7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11월 서북청년단제주도단부가 결성됐고, 4.3이전까지 제주에 파견된 서북청년단원은 제주읍 300명, 각면 40~50명 등 총 760명에 달했다. 1948년 11~12월 사이에는 서북청년단원 1000여명이 경찰이나 경비대 옷을 입고 추가로 투입돼 무장대 진압에 나섰다.


특히 여순 반란사건이 일어난 후 1948년 11월 제주경찰에 배속된 서북청년단원 200여명은 이른바 '200명 부대'로 불리우며 제주도에서 각종 만행의 선두에 섰다. 이들은 처음에는 '경찰보조원' 신분으로 월급ㆍ보급품 등을 전혀 받지 않은 채 관공서를 등치거나 민간인들로부터 식량ㆍ의류 등을 강탈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1948년 11월9일엔 제주도청 총무국장인 김두현씨가 "배급품을 달라"는 서북청년단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끌려가 폭행ㆍ고문당해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일개 '경찰보조원' 신분에 불과한 서북청년단원들이 행정 당국의 2인자 격인 김씨를 끌고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두들겨 팬 후 내다 버렸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폭행ㆍ고문에 가담한 서북청년단원들은 처벌받지도 않은 채 군대에 입대해 신분을 세탁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공서에 대해 이렇게 행패를 부렸으니 민간인들에 대한 포악은 하늘을 꿰뚫을 지경이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은 마구잡이로 잡아 들여 고문과 구타를 일삼았다. 잡혀간 이들을 풀어주겠다며 가족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 금품을 목적으로 억울한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 고문ㆍ구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제주도 주둔 9연대의 한 군인은 "서북청년들은 고얀 놈들이다. 처녀를 겁탈하고, 닭도 잡아 먹고, 빨갱이로 몰기도 하고, 이놈들이 사건을 악화시켰다. 주민들은 도망갈 곳이 없으니까 산으로 올라갔다"고 증언했다.


특히 서북청년단 출신 경찰 이윤도의 악행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띈다. 정부의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기록된 이윤도의 행적에 대한 증언은 놀랍다.


"그날 지서에서는 소위 도피자 가족을 지서로 끌로가 모진 고문을 했습니다. 그들이 총살터로 끌려갈 적엔 이미 기진맥진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됐지요. 이윤도는 특공대원에게 그들을 찌르라고 강요하다가 스스로 칼을 꺼내더니 한 명씩 등을 찔렀습니다. 그들은 눈이 튀어나오며 꼬꾸라져 죽었습니다. 그때 약 80명이 희생됐는데, 여자가 더 많았지요, 여자들 중에는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윤도는 젖먹이가 죽은 엄마 앞에서 버둥거리자 칼로 아기를 찔러 위로 치켜들며 위세를 보였습니다. 도평리 아기들이 그때 죽었지요, 그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좌익으로 몰리지 않은 무고한 주민들조차 횡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성산면 대한청년단 훈련부장으로 있었던 이기선씨는 "서청 특별 중대는 과거 감정이 있었던 주민들에게 멋대로 죄명을 씌워 처형했다. 나도 몇 번 끌려가 손과 발이 묶인 채 장작으로 맞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고문이 심했다'고 증언했다.


서북청년단은 특히 군ㆍ경 토벌대의 주축 병력이 돼 국제적으로 금지된 '초토화작전'을 구사하는 등 제주도민들을 학살하는 데 앞장을 섰다. 군경 토벌대는 제주도 중산간 부락 주민들을 해안 마을로 이주하라고 명령한 후 채 이주가 완료되기도 전에 초토화작전을 시작해 100여개 중산간 마을을 모두 불태우고 영문도 모르고 있던 주민들을 사살했다.


명령대로 해안 지대로 이주한 중산간 부락주민들마저 빨갱이로 몰아 집단 학살하는 일이 잦았다. 심지어는 해안변 마을에 소개한 주민들까지도 무장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그 결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입산하는 피난민이 더욱 늘었고, 이들은 추운 겨울을 한라산 속에서 숨어 다니다 잡히면 사살되거나 형무소 등지로 보내졌다. 심지어 진압 군경은 가족 중에 한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으로 분류, 그 부모와 형제자매를 대신 죽이는 '대살(代殺)'까지 자행됐다. 재판 절차도 없이 주민들이 집단으로 사살되는 일이 잦았다.


한국전쟁 발발 후엔 보도연맹 가입자, 요시찰자 및 입산자 가족 등이 대거 예비검속되어 죽임을 당하였다. 또 전국 각지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4ㆍ3사건 관련자들도 즉결처분됐다. 예비검속으로 인한 희생자와 형무소 재소자 희생자는 30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아직도 그 시신을 대부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서북청년단이 중심이 돼 저질러진 학살과정에서 희생된 제주도민들의 숫자는 총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제주도민 숫자가 총 30만명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 꼴로 희생된 것이다.


이와 관련 오승국 제주4.3재단 차장은 "우는 아이도 '서청'(서북청년단의 약칭)이 온다면 뚝 그친다는 생겨날 정도로 서북청년단은 4.3 당시 제주도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라며 "서북청년단원들의 손가락질 하나에 주민들의 생사가 결정됐으며, 특히 구좌읍, 성산읍, 서귀포읍 일대에 주둔했던 서청 특별중대에선 가혹한 탄압이 이뤄져 마을당 30~40명 정도는 희생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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