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가격차 사라져…경쟁력 잃고 사업 정리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온라인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던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이제는 온오프 보조금이 동일해지면서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휴대폰을 저렴하게 판매하던 '버스폰' 등도 상당수 자취를 감춘 상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뽐뿌, 호갱님우리호갱님, 버스폰 등 인터넷 휴대폰 판매사이트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판매업을 포기하겠다는 사연들이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A판매업자는 "휴대폰 판매글만 올리다 심경 밝히는 글은 처음 써본다"면서 "싸게 팔겠다는데 못하게 하는건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인가"라고 호소했다. 저렴한 공동구매 이벤트로 유명했던 B판매업자 역시 "단통법 시행으로 정책 안정화가 될 때까지 잠시 사업을 접습니다"라는 공지사항을 띄웠다.
이처럼 온라인 휴대폰 판매업자들이 잇따라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이유는 단통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공시로 온오프 보조금 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업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보조금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이들보다 수만원, 많게는 수십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출고가 99만4400원인 갤럭시S3 LTE가 일부 온라인 상점에서 오프라인보다 20만~30만원 싸게 팔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단속이 어려운 온라인의 특성을 이용해 스팟성 보조금으로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수많은 가입자들을 끌어 모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 점주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인해 불법영업이 사라지고 있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는 온라인 판매업체들의 과도한 보조금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도 무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10년간 휴대폰 판매업에 종사했다는 한 오프라인 판매점주는 "전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가격을 보고 매장에 찾아와 왜 여기는 온라인보다 더 비싸냐며 항의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보조금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덜게 됐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구매의 불안감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굳이 온라인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온오프 가격이 동일하면 오랜 배송기간, 기기파손 가능성, 사기 가능성 등이 있는 온라인 구매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온라인 판매업자들이 이런 가능성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업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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