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꼭두새벽 판매점 앞에 늘어선 인파. 육성으로 휴대폰 값을 알려주던 애니메이션. 분 단위로 급변하던 휴대폰 보조금 정책. 지난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 소위 '보조금 대란'이라는 현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스마트폰 5000만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는 어딜 가든 심심치 않게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동통신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이 한 명의 가입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단이 보조금이었다. '공짜폰'이나 '마이너스폰' 까지도 등장하며 대란이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란을 통해 선행 학습을 치룬 소비자들은 좀 더 높은 보조금을 기대하게 되고, 휴대폰 교체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좋은 조건이 나오면 신모델로 바꾸는 과소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짜폰'을 사서 보조금 정책이 좋지 않은 시점에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폰테크'족도 생겼다.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라는 이유 말고도 정부가 강력한 보조금 규제 정책을 펼치게 된 배경이다.
정부의 보조금 단속 의지가 강해지면서 올 초까지 단말기 값을 알리는 방식도 지능화됐다. 온도나 사람 숫자, 초성 등으로로 암호화 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른 제품으로 둔갑해 동영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휴대폰 판매 게시글 내 링크를 따라가면 운동화 사진이 표시되고 "이 운동화의 가격은 4만8000원입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보했다. 확보한 재고 수량만큼 신청서가 접수되면 링크와 게시글 내용은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사라졌다. 이통3사의 보조금 중심 시장공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특정 고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만 수십만원의 보조금이 집중됐던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휴대폰 기종과 요금제별로 보조금 지급액수가 다르게 책정되며, 각 사업자들은 이 액수를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유통점에서는 보조금 액수를 손님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게시해야 한다. 게시된 보조금은 1주일 안에 바뀔 수 없다.
보조금이 공시되면서 이통사들은 사실상 보조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힘들어졌다. 보조금 액수를 늘려도 모든 가입자에게 공평하게 지급해야 해 널뛰기식 보조금 지급도 쉽지 않아졌다. 한도도 최대 30만원(유통망 재량에 따라 15% 추가 지급 시 34만5000원)으로 규제를 받는다. 이를 위반하면 해당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력해 질 수 있다는 점도 이통사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는 '대란'은 없어졌지만 최신 모델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출시된지 15개월이 지난 구형 모델의 경우 상한선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옵티머스G프로, 갤럭시S4, 갤럭시노트2 등 구형폰들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 '분리요금제' 도입으로 중고폰이나 쓰지 않던 장롱폰, 해외에서 구매해 온 저가폰으로도 12%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통신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부터 무리하게 보조금 정책을 쓰기보다 일반 시장변동 자체를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봐 가며 각사마다 정책이 차별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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