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 칼럼] 사장님, 월급 올려주세요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대학 시절 학교 측에서 등록금 인상폭을 결정하던 공식이었다. 나름 경제적 수치를 나열한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교는 매년 7~10% 뛴 등록금 고지서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이는 학교 측이 제시한 근거가 아니라 학생들이 체감하는 기준이었다. 매년 3~4%씩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도 함께 뛰는데 등록금 인상폭이 '절묘하게' 이 두 수치의 합과 얼추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데스크 칼럼] 사장님, 월급 올려주세요 김동선 기획취재팀장
AD

사실 경제성장률은 실질국민소득의 증가율이니 명목성장분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것이다. 오른 물가가 반영된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측정 지표로 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하나의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체감 인상률은 그랬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 두 가지에다 임금인상률까지 더해 학비를 올리고 있다는 장탄식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장탄식을 또 하게 된다.

국회의원 세비가 오를 모양이다. 내년부터 세비를 3.8% 인상하는 안을 추진중이라고 하는데 그 기준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라고 한다. 일이 성사되면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올해보다 524만원 늘어난 1억4320만원이 된다. 국회의원도 공무원이니 냉정히 따지자면 내세운 기준에 대해 할 말은 없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세비가 동결되었다지 않는가. 그나마 말도 안되는 '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아니니 참으로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부터 국회의원들이 세비가 부족해서 일을 안했던가. 특히나 올해는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혼란을 추스르기는커녕 되레 일을 키우고 여야가 반목하며 지난 5개월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다행스럽게 국회는 '파업' 151일 만인 지난달 30일 90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제로입법'의 오명을 벗어났다. 그런데 당일 세비 인상 추진 보도가 나온 이후여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 됐다.

다른 법안들은 본회의 통과까지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간 국회의원의 세비 인상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돼 왔다.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더라도 그때 뿐이니 잠시 푸념이라 생각하고 마는 것인지.


차제에 국회의원 세비 결정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겠다. 세비의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이지, 있다면 타당한 것인지, 추후에 그 인상이 정당했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 모든 국회의원의 세비를 일률적으로 올릴 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이 매년 연봉 계약을 할 때처럼 성과 평가에 따라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지급되고 있는 세비의 타당성도 한번 따져봐야 할 일이다.


자유경제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원 세비는 주요 국가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인당 GDP의 5.63배에 달하고, 주요 선진국의 그것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한다. 역으로 따지면 다른 나라 의원들보다 더 일해야 하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을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라에서는 국민 건강을 핑계로 담뱃세를 대폭 인상하려 하고 조세 현실화라는 명목하에 주민세ㆍ자동차세 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세비 인상 소식에 국민들은 허탈해한다. 이래저래 늘어나는 직간접세 부담에 국민들의 살림살이만 쪼그라들 판이다. 그래서 '유리지갑'인 우리는 애먼 사장님에게 하소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지금 나라님들이 일을 해보겠다고 세금이며 세비를 올리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사장님. 월급 좀 올려주셔야겠어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분 더해서. 거기에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과 공무원 보수 인상률까지 감안해 주면 좋겠어요. 최소한 그들보다는 열심히, 잘 하잖아요."






김동선 기획취재팀장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