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뜨거웠던 지난 여름, 극장가에선 한국영화 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 가을에도 한국영화가 동시에 쏟아지며 극장가 2차 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연기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자배우들의 자존심 대결도 함께 시작됐다.
▲과감해진 정우성
정우성은 영화 '마담 뺑덕'의 학규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고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눈길을 끈다. 지방으로 내려간 교수 학규(정우성 분)가 덕이(이솜 분)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들고, 그 사이를 질투한 딸의 집착과 욕망이 맞물려 벌어지는 일을 그린 치정 멜로다.
데뷔 이후 최초로 나쁜 남자로 변신한 정우성은 파격적인 노출 연기는 물론, 욕망에 눈이 먼 독한 남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맹인 연기까지 선보이면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앞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외신의 극찬을 이끌어냈으며, 폭넓은 연기력으로 해외 관객들의 마음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신예 이솜과의 연기 호흡도 기대 이상이다.
▲냉정한 박해일
박해일은 '제보자'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윤민철 PD 역을 맡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언론인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화제가 됐다.
그간 '괴물' '최종병기 활' '고령화 가족' '은교' 등 폭넓은 장르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박해일은 이번 영화에서 냉정하고 열정 넘치는 PD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특히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감동을 선사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은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적인 이야기에 뜨거운 공감을 했고 매료됐다"며 "해보지 않았던 소재와 방송국 PD라는 캐릭터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시켰다"며 출연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차태현
차태현은 '슬로우 비디오'에서 동체시력 소유자 여장부를 연기한다. 동체시력과 CCTV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흥미를 자극하는 영화다.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는 동체시력의 소유자 여장부(차태현 분)가 대한민국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가 되어, 화면 속 주인공들을 향해 펼치는 수상한 미션을 담았다.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눈을 가져 외롭게 자란 여장부는 20여 년 만에 세상에 나오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배우 허세 말투'를 지닌 남다른 시력의 소유자 여장부로 분한 차태현은 코믹한 모습을 덜어내고 진지하고 시크한 모습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차태현의 필모 사상 가장 차태현 스럽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예고처럼 이번 작품에서 그는 절제되고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무한 발산했다. 늘 웃기는 차태현만을 상상했다면, 신선한 자극이 될 것.
▲속 터지는 조정석
조정석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통해 철부지 남편 영민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환상이 아닌 현실의 결혼 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명세 감독의 1990년작을 리메이크해 화제를 낳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4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대한민국 보통 커플 영민(조정석 분)과 미영(신민아 분)의 리얼한 신혼생활을 그린다. 조정석의 아내로는 신민아가 나섰으며, 현실적인 유부녀의 모습을 그려내 호평 받았다.
조정석은 아내의 폭풍 같은 잔소리에 지쳐가고,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는 철부지 남편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속 터지는 매력'을 발산하며 영화의 재미를 배가했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조정석의 매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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