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주말이면 관광버스 여러 대가 와서 중국인 손님들은 한 가득 풀어놓고 갑니다. 동대문 고객 70~80%가 중국인이라고 보시면 돼요."
가을 날씨가 완연했던 19일 오후 찾은 서울 동대문구 롯데피트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1번 출구와 이어진 롯데피트인 지하통로에는 지난 7월 다녀갔다던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가 산 식료품과 들른 매장, 직원들과의 기념사진이 통로 벽면을 화보처럼 장식했고 삼삼오오 모인 요우커족(중국인 관광객)들은 그 앞에서 기념촬영 하느라 바빴다.
한가한 평일 오후지만 요우커족 덕분인지 동대문에는 활기가 흘렀다. 한국 관광·서비스 산업의 핵심동력이 된 요우커족, 올해는 전년대비 40% 가량 늘어난 60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온기가 동대문에도 가득했다.
펑리위안 여사가 다녀간 이후 롯데피트인이 중국인들에게 필수 관광코스가 됐어요. 펑리위안 여사가 이 매장 다녀갔냐, 뭐 사갔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티니위니' 매장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유학생 왕소기(24)씨는 "중국인과 한국인 고객 비중이 8대2"라며 "주로 20~30대가 찾아와 곰돌이가 들어간 빨강, 핑크색 옷을 사간다"고 전했다.
실제 롯데피트인에 따르면 '펑리위안 여사'가 방문한 지난 7월 이후 요우커족 발길이 이어져 지난 8월 한 달간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이는 전월 31.5%에서 약 10% 가량 오른 수치다. 중국인 고객 증가와 여름 심야 연장영업을 통한 '올빼미족' 공략 등으로 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신장되기도 했다.
왕씨는 "한국인들은 티니위니 어릴 때 입는다고 매장에 아예 안 들어오는데 중국인들은 이 브랜드를 좋아해 일부러 찾아온다"며 "아시안게임, 국경절에 관광객이 늘 것에 대비해 할인상품을 대폭 늘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중국 유학생들의 고소득 알바자리가 늘어난 것도 이색풍경이었다. 실제 한국 유학생활 4년차인 그가 일하는 매장에도 매니저를 제외한 2명이 모두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한창 쇼핑 중이던 중국인 관광객 티즈어(29)는 "동대문은 유독 젊은 이들이 많아 활기차고 다른 곳과 달리 신상의류가 많아 좋다"며 "겨울을 대비해 니트를 샀는데 맘에 든다"고 말했다.
지하에 위치한 롯데하이마트에는 때마침 커플 요우커족이 중국어가 나오는 전기밥솥을 고르고 있었다. 롯데하이마트 동대문점은 원액기, 밥솥, 휴대폰 등 소형가전을 일렬배치해 요우커족들의 동선을 줄이는 한편, 타 매장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소형가전을 갖춰놓고 있었다.
중국 유학경험을 살려 올 3월부터 롯데하이마트 동대문점에 근무하게 됐다는 정다운(25)씨는 "중국인들은 반입이 쉬운 휴롬원액기나 밥솥, 면도기, 휴대폰 등 소형가전을 사간다"며 "오늘만 밥솥 6대를 팔았는데 중국인들이 4대, 120만원 어치 사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두타가 재개장하면서 손님이 조금 주춤하지만 국경절 쯤에는 다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밥솥과 원액기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롯데피트인 오른편에 위치한 두타는 퇴근시간 쇼핑을 즐기러 온 한국인들과 요우커족이 어우러지면서 더욱 북적이고 있었다.
중국관광객 가이드 유연지(29)씨는 "중국 관광객은 브랜드가 다양하고 저렴하고 디자인이 좋다는 이유로 동대문을 자주 찾는다"며 "주로 의류하고 화장품을 사는데 국경절에는 찾는 관광객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타에서 '디자인 바이 인'이라는 자체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노재원(36)씨는 이 경험을 토대로 10월 상하이에서 개막할 패션박람회 ‘모드 상하이(MODE SHANGHAI)에 참가할 예정이다. 노씨는 "중국인들은 형형색색의 디테일이 강한 옷을 좋아한다"며 "중국인을 타깃으로 옷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 절반 이상이 중국인일 정도로 매출 비중이 크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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