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자취 감춘 박영선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 '탈당' 시사
-새정치, 강경파·중도의원 등 대립에 잠적…여의도서 최측근과 거취 논의 중인 듯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손선희 기자] '탈당은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새 비대위 구성이 무산된 데 책임을 지고 박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강경파의 강력한 요구에 박 위원장이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에 얽히고설킨 계파 갈등이 폭발 직전인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탈당을 할 경우 제1야당이 사분오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유승희ㆍ최민희ㆍ은수미ㆍ최재성ㆍ김동철ㆍ오영식 등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20여명은 전날에 이어 1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박 위원장에 대한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이들 모임을 주도한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이미 3선 중진 모임에서 몇 주 동안 지속됐던 것"이라며 "자진 사퇴하지 않을 때에는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대응은 박 위원장의 사퇴 표결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있었던 3선 의원 모임과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모임에서도 박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상민 의원은 모임 후 "신속히 이 상황을 정리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다시 복원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게 당과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탈당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은 의원은 "박 위원장의 탈당 발언 얘기를 듣고 다들 경악했다"면서 "정치적 상식으로 납득이 안 되는 감정적 발언"이라고 했다. 최민희 의원도 "일개 당원도 탈당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당 대표가 어떻게 탈당을 운운하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강경파의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못 마땅해 하는 당내 또 다른 목소리도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의 사퇴가 모든 것을 정상화 하는 길은 아니다"라며 "박 위원장에게 새누리당과 협상할 일정한 기한을 부여해 주는 게 좋다고 본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현재 상황이 박 위원장이 물러난다고 달라질 건 없다"면서 "무조건적인 반대 목소리가 아니라 위기의 파고를 함께 넘고자 하는 대안도 내놔야 맞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당의 이런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고 여의도 모처에서 최측근과 함께 탈당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이상돈-안경환 비대위원장 영입' 카드를 단독으로 결정한 게 아닌 데다 이 문제에 대해 동료 의원들이 극심하게 반발한 것을 보고 당에 큰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