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향 콘텐츠 이용 못해…방통위 '문제 있다' 지적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다섯 번째 복합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MB가 9월부터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름만 디지털일 뿐 단방향의 '반쪽 서비스'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부의 전시행정과 CMB의 무임승차도 도마에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최근 CMB이 신청한 8VSB 이용약관과 시설변경 허가를 승인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전 동의서도 제출했다. 미래부는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은 가입자들은 이 방식을 통해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전형적 전시행정이라는 지적과 거꾸로 가는 방송정책이라는 비판이다.
8VSB는 지상파가 쓰던 것으로 미래부가 케이블 사업자에 허용하면서 추가 투자 없이 디지털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방향으로 '반쪽짜리' 서비스로 불린다. 고화질 방송만 시청할 수 있을 뿐 주문형비디오(VOD) 등 양방향성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서비스라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 씨앤앰 등 1~3위 MSO는 양방향 디지털 방식을 적극 도입해 디지털 전환율이 60%에 이르지만 CMB는 디지털 전환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CMB는 큰 투자를 하지 않은 채 디지털에 무임 승차한 것이다.
방통위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8VSB는 케이블방송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미래부가 일방적으로 방통위에 동의해달라고 하는데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양방향 디지털 서비스 도입을 독려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반쪽짜리 서비스를 장려하는 것은 '디지털 가입자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방송 업계는 양방향성이 대세다. 케이블TV 전체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약 1483만명. 2009년 1529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뒤 5년째 내리막이다. 반면 IPTV 가입자는 최근 1000만명을 돌파했다. 가파른 성장세이다.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와 VOD 등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케이블 업계가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양방향 서비스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삼석 위원은 "정책 목표가 올바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8VSB 도입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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