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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길, 국내 첫 국제회의통역사…"전문가는 남녀차별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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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프론티어] <11>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사장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국내 첫 국제회의통역사…"전문가는 남녀차별 못하죠" 인터뷰를 진행중인 최정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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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시절 3개국어 능통한 외국학생 못따라가
불고기·잡채 만들어주고 화투치면서 친해져
블루오션 개척하며 '최초' 타이틀만 다섯개
'한류 전도사'로 나서며 도전은 현재진행중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백소아 기자]"기본 3개 언어를 읊는 외국 학생들과 어떻게 경쟁했냐구요? 화투 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불고기 구워 주면서 마음을 얻었죠."


한국인 최초 국제회의통역사(1981), 아시아인 최초 통역번역학 박사학위 소지자(1986), 한국인 최초 프랑스 교육훈장 기사상(1992), 아시아인 최초 다니카 셀레스코비치상 수상(2000), 한국 여성 최초 프랑스 레종 드뇌르 훈장 수상(2003).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CICI) 이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웬만한 사람은 한 개도 보유하기 어려운 '최초' 타이틀을 다섯개나 보유했다. 통ㆍ번역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롤 모델'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다 = 최 이사장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언제나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프랑스로 유학해 10년간 보냈다. 대학서 프랑스어를 전공하면서 프랑스라는 나라에 푹 빠졌다. "영화에 나오는 바게트 빵도 먹어 보고 싶고, 거리도 걸어 보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3개 언어를 자유롭게 쓰는 외국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기는 힘들었다. 최 이사장은 "영국인 어머니와 이탈리아인 아버지를 두고 프랑스에서 생활한, 당연히 3개 국어를 쓸 수 있는 학생들과 경쟁하려니 실력에서 밀리기 일쑤였다"며 "졸업하기 위해 하루 15~16시간씩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도 버거웠다. 잘 하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다. 최 이사장의 낙천성이 빛을 발했다. 그는 "내가 화투를 가르쳐 주니 같은 반 학생들이 화투 좀 같이 치자며 내 방을 찾았다"며 "한 번 화투를 쳐 주는 대신 2시간씩 같이 공부하며 언어 실력을 늘렸다"고 말했다. 불고기, 잡채 등 한국 음식도 인기가 높았다. 최 이사장은 "항상 그들이 나를 원하도록, 재미있고 어디에나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아버지가 불러서 갔더니 채널을 바꾸라 하더라'는, 그 나잇대 한국 여성들에게는 흔한 경험도 최 이사장의 입에서 나오면 배꼽 잡는 우화로 변모했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모습은 바다 건너 푸른 눈의 대학생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최 이사장은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문화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캐치해서 이야기해 주면 상당히 재밌어하고 놀러워하더라"고 설명했다.


◆'최초' 타이틀을 따게 해 준 힘은 =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한국인 최초로 1981년 국제회의통역사가 되었다. 때마침 치러진 한ㆍ불 정상회담 덕에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그 이후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10여회 이상 통역했다. 국제회의 통역은 2000회 가까이 총괄했다. 쉴 새 없이 일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통ㆍ번역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다니카 셀레스코비치상도 수상했다.


대부분의 여성 리더들이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던 분야에서 독하게 살아남아 '여성 최초' 타이틀을 달게 된 것과 비교하면 최 이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남성들조차 주목하지 않은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여자라서 힘든 점은 특별히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가 꼽는 또 다른 성공비결은 '도전정신'이다. 최 이사장은 "뭔가를 한 번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유독 짧다"고 자평했다. 22세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프랑스어가 배우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학을 결정한 것도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최 이사장의 아버지는 그녀의 꿈을 응원해줬다. 지인들이 "퇴폐적인 나라(프랑스)에 시집도 안 간 딸을 보내선 안된다"고 극구 말릴 때도, 그의 아버지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며 격려했다.


그가 후배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조언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는 "제자들을 보면,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재밌다 싶어서 하는 사람들은 결국 정체를 겪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역경이 있어도 이겨내곤 한다"며 "결혼도 남이 보기에 좋은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해야 하듯이 일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 사회적 지위로 고민하고 있지만 전문직으로 나서면 이같은 차별은 훨씬 덜하다"며 "전문직이 아니어도 남들이 할 수 없는 일,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을 꼭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 2의 최 이사장을 꿈꾸는 여성들에게는 "언어능력만으로는 좋은 통역을 할 수 없다"며 "다른 이들보다 소통을 훨씬 잘 할 수 있도록 전문 분야의 지식을 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시 '최초'에 도전하다 = 교수로서 안정적인 길을 걷던 최 이사장은 몇년전부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한류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기저기서 한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와 CICI가 추구하는 한류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최 이사장은 "사람들이 한류 하면 대중문화를 떠올리지만, CICI는 서예나 풍수지리 등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 CEO나 문화계 리더들이 한국을 체험하고 알게 되는 자리를 통해 세계 속에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닌 '한국 그 자체'에 관심이 크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이를 각국의 언어로 통역해 한국문화의 정수를 알려주는 자리가 부족해 많은 이들이 그 호기심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최 이사장에게는 불고기와 잡채, 화투만으로도 프랑스 학생들의 마음을 녹였던 경험이 있지 않던가. 그는 "한국문화가 아무리 좋아도 외국인들이 경험하고, 체험할 수 없다면 느낄 수 없다"며 "언제나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이사장은 한국 주재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코리아 CQ'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의 명소나 산업현장을 찾아가고,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해 주는 활동을 9년간 진행해 왔다. 지난 2010년부터는 '문화소통포럼(CCF)'을 열고 해외의 명사들을 초대해 한국문화를 체험시켜 주고 있다. 올해 CCF는 2일부터 16개국 문화계 대표 인사들이 모여 음식부터 예술까지 한국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게 된다.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현재 26권의 책을 써낸 그는 내년 초 30년간 글로벌 무대를 뛰며 접해 온 리더들의 이야기를 묶어 리더의 소통 능력에 대한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사람들을 선도하는 리더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를 소통과 연관된 '10C' 로 묶어 나만의 시각을 제시할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이 향후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려면 창의성뿐만 아니라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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