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제45회 법률문화상' 수상자 최봉태 변호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일본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정의가 회복될 때까지 저는 이 길을 갈 것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위안부 할머니들과 손잡고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 온 최봉태 변호사(52)가 대한변호사협회에 의해 '제45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 변호사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 법정을 오가며 한일회담문서공개 소송과 일본군 위안부 및 원폭피해자 관련 위헌 결정, 일본기업의 배상책임 소송 등을 벌여 왔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법률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핍박받은 약자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사법연수원(21기) 수료 후 평범한 법률가의 길을 걷던 최 변호사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에 이토록 관심을 쏟게 된 것은 법정에서 느낀 '부끄러움'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1994~1997년 일본으로 유학을 갔는데 당시 일제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법적 투쟁을 시작했다. 법정에서 이들을 돕는 일본 변호인들과 시민들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가 불확실했던 소송을 승소로 이끌며 짜릿함도 맛봤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2012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이 나오면서 12년간 국내 대형로펌과 일본기업을 상대로 벌인 소송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그 사이 최 변호사와 소송을 함께해 온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소중한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모두 숨을 거뒀다.
최 변호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선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1952~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본 총리 간에 이뤄진 한일회담 내용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을 빌미로 법적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문서를 공개하는 것이 피해자 보상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도쿄고등재판소가 한일회담 문서공개 3차 항소심에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측 주장을 기각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문서 공개는 좌절됐다. 최 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문서공개 거부는 청구권문제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원고 측이 상고를 포기해 결국 재판은 끝났지만 역사는 이러한 반동을 언제까지나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독도문제 등 일본과 얽혀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일본의 전쟁책임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아 아직도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며 간절함을 역설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