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일부 싼타페 구입자에게 보상을 하고 차량의 연비 표시도 바꾸기로 했다. 현대차는 어제 싼타페 2.0디젤 2WD AT 모델의 제원표상 연비를 기존 14.4㎞/ℓ에서 13.8㎞/ℓ로 변경하고 구매자에겐 1인당 최대 40만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 사실상 연비 과장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보상안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현대차의 결정은 소비자 신뢰 회복과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할 때 당연한 조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연비과장과 관련해 90만명의 소비자에게 3억9500만달러(4190억여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국토부의 '뻥연비' 발표 이후 보상안을 내놓지 않아 '국내 소비자만 봉이냐'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잘한 일이다.
이 같은 현대차의 결정에도 연비 과장에 따른 보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표기 연비와 실제 정부 조사 연비의 차이를 최대치인 ℓ당 1.2㎞로 보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0.6㎞로 계산했다. 보상 기간도 미국처럼 5년이 아닌 10년으로 해야 한다는 게 소비자 측 주장이다. 이들은 보상액을 150만원으로 산정, 현대차와 큰 차이를 보였다.
현대차와 함께 연비 과장 판정을 받은 쌍용차와 폭스바겐, BMW 등 수입차 4사의 대처도 주목된다. 쌍용차는 산업부와 국토부의 결론이 다르다며 현재 보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차 4사도 아직까진 보상과 관련한 움직임이 없다. 어느 쪽의 조사 결과든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보상방안을 내놓는 게 기업의 정도라는 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 내 부처 간 밥그릇 싸움 끝에 같은 사안에 엇갈린 결론을 내면서 비롯됐다. 그 결과 기업과 소비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 논란을 계기로 연비 과장에 대한 기준과 처벌, 보상 규정을 국제 관례에 맞게 고쳐야 할 것이다. 연비 오차 허용범위(5%)를 미국(3%)처럼 강화하고 최고 10억원에 불과한 과징금도 대폭 올려야 한다. 소비자들이 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연비 과장에 손해배상 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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