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미국의 이라크 반군에 대한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라크 내전 양상을 살피던 산업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700억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라크에서 반군을 공습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미군이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군의 공습이 시작되면 현지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라크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약 80개 건설업체 소속 근로자 13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 가운데 반군 점령지역이나 인근지역에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사들은 쉽게 철수하지 못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라크에 진출해 있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라크 아르빌과 공사 현장과의 거리가 있어서 위기감을 느끼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공습이 시작되고 공항이 폐쇄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발주처와의 관계상 무책임하게 현장을 두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연초 목표로 했던 해외수주 700억달러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라크 뿐 아니라 리비아도 내전을 치르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선 에볼라까지 확산되고 있어서다. 태국 또한 정정불안이 장기화하면서 물관리사업 본계약 체결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공사를 잇달아 수주, 해외수주 신기록 달성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7월 말 기준으로 해외에서 404억4429만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한 325억9518만달러보다 24% 늘어난 금액이다. 쿠웨이트, 알제리, 이라크 등 중동에서 258억달러를 수주, 전체 해외수주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지에 파견된 인력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진행 중인 공사대금과 장비 등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함께 비상대책반을 꾸려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도 "이라크에서 올해 추가발주 물량은 많지 않아 해외수주 700억달러 달성 목표는 그대로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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