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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방직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 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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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고 노조원 손해배상 청구 다시 각하…국가 소멸시효 완성 주장도 손 들어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중앙정보부(중정)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었던 인천 동일방직 노조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강모씨 등 동일방직 전 노조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각각 1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일방직 사건은 1978년 중앙정보부가 노조 와해 작업을 위해 개입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124명을 해고한 사건이다. 중정은 해고자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작성한 뒤 전국 사업장에 배포했고, 이름을 올린 이들은 10여년 이상 다른 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피해자 중 일부에 대해 노조활동 과정에서 해직된 것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했고, 생활지원금 50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민주화보상심의위는 블랙리스트에 따른 취업 피해 문제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2010년 6월 동일방직 사건에 대해 국가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 절차를 조치하도록 권고하자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데 동의했다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국가의 해고 개입행위와 취업방해 행위로 인한 해직기간은 중첩되는 만큼 보상금 지급으로 이를 모두 보상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 문제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원심은 피해자들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알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가 비밀스럽게 작성·관리됐고 이러한 불법행위를 쉽게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위 원고들이 이 사건 불법행위가 종료된 후 20년 이상이 지난 다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제정되고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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