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프로야구 두산 유희관(28)의 구위가 지난해만 못하다. 지난 시즌에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열여덟 경기에서 조기강판된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열아홉 차례 선발 등판 중 네 번이나 5회를 못 채우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와의 홈경기에서도 4회를 넘기지 못했다. 3.1이닝 7피안타 5실점(3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올 시즌 성적은 열아홉 경기 7승 6패 평균자책점 5.19. 빼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구속의 한계를 극복했던 ‘느림의 미학’이 다소 무색해진 상황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적신호는 볼넷이다. 올 시즌 유희관의 경기당 볼넷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지난해 선발 등판에서 경기당 볼넷 2.22개(열여덟 경기 40볼넷)를 기록했다. 올해는 열아홉 경기에서 볼넷을 서른 다섯 개(경기당 1.84개)만 내줬다.
문제는 6월 이후부터 24일 경기까지 볼넷이 다시 많아졌다는 점이다. 6월 이후 등판한 아홉 경기에서 볼넷을 스무 개 내줬다. 경기당 볼넷 개수는 다시 두 개(2.22개)를 넘어섰다. 24일 경기에서도 1회 선두타자 김강민(32)을 볼넷을 내보내는 등 3.1이닝 동안 볼넷을 3개나 허용했다.
볼넷이 많아지면서 투구수가 늘었고, 는 투구수에 마운드를 지킨 이닝수는 감소했다. 볼넷에 따른 악순환이다. 지난해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평균 6.23이닝을 맡아줬지만 올해는 5.85이닝만 마운드를 지켰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5)은 “지난해 이닝수를 길게 가져가던 것에 반해 올해는 이닝 소화가 짧아졌다”며 “이는 그 만큼 공을 많이 던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유희관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제구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통과하는 제구가 뒷받침됐기에 최고구속 135㎞대 공을 가지고도 타자와의 승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120㎞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100~110㎞대 커브도 일품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볼넷이 많아져 투구수 조절에 실패했고, 이는 제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볼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직구가 한복판에 몰리는 등 실투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24일 경기에서도 김강민(32)과 나주환(32)에 적시타를 맞을 때 던진 공이 모두 직구였다. 송일수 두산 감독(64)이 경기 뒤 “(유희관이)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현재 두산의 선발 일정대로라면 유희관은 오는 30일 롯데와의 사직구장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선다. 올 시즌 유희관의 스무 번째 등판이다. 유희관은 6월 다섯 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6.41을 올린 뒤 7월 현재 네 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3.53으로 시즌을 마친 것과 비교하면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다.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유희관이 ‘2년차 징크스’ 극복을 위해 풀어야 매듭은 분명해졌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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