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을 키우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송도산업기술단지에 액정디스플레이(LCD) 모듈을 생산하는 A기업은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단지내 도시형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산업기술단지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은 공장설립이 불가능해 중국 공동지역에 25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설립해야 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B사는 지난 2월 출시된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에 가입을 검토했지만 최근 가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월 출시한 무역보험공사의 옵션형 환변동보험은 가입할 수 있는 거래규모 한도를 50만달러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옵션형 평균가입 규모는 7억2000만원으로 수출 중견기업 1710개사 평균 수출액 480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낀 세대' 취급을 받고 있다. 올해초 정부가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중견기업에는 충분한 온기를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견기업에 대해 맞춤형 세제혜택을 늘리고,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세부방안 등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중견기업 차별ㆍ규제 줄여야=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정부 지원이 사라지거나 대폭 축소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 수준의 규제를 동시에 받게 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이 됐을 때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받는 제도는 모두 7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세제혜택은 33개를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와 R&D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투자가 멈춘 중견기업은 성장속도가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중견기업이 되면서 새롭게 적용되는 규제는 20개가 넘는다. 대기업과 동등한 입장으로 취급돼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대기업 소프트웨어 사업과 중소기업적합업종 참여 제한 등 동반성장 규제에 따른 신규 규제가 7건으로 가장 많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게 되고,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을 낳고 있다.
한 중견기업의 A대표는 "조그만 기업에 한 평생을 바쳐 중견기업으로 만들고 나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차별을 많이 겪게 된다"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이 과정에서 더욱 철저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하지만 국내 경영환경이나 정부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중견기업 5개년 계획 수립"= 정부는 그동안 소외됐던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체계적인 중견기업 지원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중견기업에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규제를 찾아 해소하고, 세계적 유망 중견기업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예비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9월 발표한 '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 방안'을 토대로 이르면 하반기에 '중견기업 성장촉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5개년 계획에는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국내 중견기업이 해외 유수 기업들과 경쟁할 만큼의 기술력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에 정부와 중견기업이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2012년 기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ㆍ중견기업은 12.0%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강소기업 지원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 46개사를 선정, 저리 투ㆍ융자금 1143억원을 지원했다. 올해에도 22개사를 추가로 선정해 유관기관과 단계별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중견기업에 적합한 지원책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중견기업인들과 만나 "중견기업이 글로벌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해외진출 분야가 미진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중견기업 해외시장 개척, 해외 투자 부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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