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정보통신(IT) 강국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빅데이터(big data) 활용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8곳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빅데이터란 기존의 분석ㆍ관리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정보 집합을 말한다. 이미지나 동영상, 행동패턴, 위치정보 등을 망라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1.6%가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14일 밝혔다.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7.5%에 그쳤고, '앞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답한 기업도 10.9%에 불과했다. 빅데이터 활용 분야는 마케팅(47.3%, 복수응답), 관리ㆍ운영(41.9%)에 집중됐다. 반면 전략기획(24.7%), 연구ㆍ개발(20.4%)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적었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수년간 빅데이터가 큰 화두였지만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 수준은 초기 단계"라며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가장 어려워하는 이유로는 '데이터 분석역량과 경험부족'(19.6%)을 꼽았다. 이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예산 부족'(19.4%), '정보보호와 안정성에 대한 우려'(17.5%), '빅데이터 활용에 준비되지 않은 기업문화'(15.9%), '투자 대비 수익 불투명'(15.1%) 순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활용 수준뿐 아니라 관련 기술력도 선진국보다 2~4년 뒤처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발표한 '2013년 빅데이터 핵심기술 격차'에 따르면 수집관리 분야 기술은 2년, 연산처리 분야는 3~4년, 분석 분야는 2년 이상 글로벌 기업과 차이를 보였다.
대한상의는 "국내 빅데이터 시장이 외국 기업들에 잠식당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빅데이터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연이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일부 마케팅 관련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태"라며 "빅데이터 산업을 개인정보 침해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스피드(S.P.E.E.D)'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공공데이터 개방을 요구했다. 대한상의는 "현재 공공부문에서 개방하고 있는 데이터는 민간이 활용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상업적 활용 가치가 있는 정부 데이터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빅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 창업 지원 ▲빅데이터 관련 전문인력 양성 ▲빅데이터 사업 모범 사례 발굴과 수요 창출 ▲데이터 활용의 규제 완화를 중요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본부장은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떠오른 만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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