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새누리당이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갖는다. 이날 누가 당 대표에 오르느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당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두를 다투는 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대표 선수인 김무성 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당ㆍ청 관계에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대표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의 경선 후보자 TV토론에서 서 의원은 당청관계를 묻는 질문에 "(과거 지도부는) 소통의 방법을 잘 몰랐다"며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당ㆍ청은) 소통하기 어렵다"면서 "(박 대통령이) 신뢰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휘발성 강한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한다. 정치권의 '개헌 요구'가 거세지만 박 대통령과 서 의원 모두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논의) 시기는 금년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금년은 국가대개조와 경제회복에 주력해야 할 시기"라는 게 이유다. 서 의원이 경선 내내 "사심없이 박근혜정부를 구할 후보"란 점을 내세운 것도 박 대통령과 가장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는 것과 경쟁 후보인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후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당·청은 수평적이며 건전한 견제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V토론에서 김 의원은 "당은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여론을 잘 전달해야 하고 대통령은 당이 건의한 여론을 잘 수용해야 하는데 그동안 이 역할이 부족했다"며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통해 진언을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이 박 대통령과의 '호흡'에 방점을 찍은 반면 김 의원은 '견제'에 중점을 두며 당·청관계에서 분명한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시기상조'라 주장한 개헌에 대해서도 "개헌은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분산과 4년 중임제로의 개헌 요구가 3분의 2가 넘는 상황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시각차를 보였다. 특히 김 의원은 '정당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 '공천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두 번의 낙천을 경험한 김 의원은 최고권력자, 즉 대통령이 당 공천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이런 관행부터 끊겠다는 입장이다. 차기 총선이 다음 대선 전에 치러지는 만큼 총선 공천권을 가진 대표 자리에 김 의원이 앉는다면 박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내 일반적 시각이다.
서 의원이 경선 막바지 선거 전략으로 "김무성은 믿을 수 없는 사람"고 거듭 주장한 것도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의 편하지 않은 관계를 고려한 것이다. 다만 당 주류 측 고위 관계자는 "김 의원도 당장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비주류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당 운영을 '화합'에 두고 주류 측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영입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서 의원이 될 경우 박 대통령은 당에 하달식 주문이 가능하겠지만 김 의원이 되면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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