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지난 상반기 전남의 한 회사에 불이 났다. 회사 금고에 잠들어 있던 5만원권 1억2700만원도 모두 재가 될 뻔 했지만, 이 회사는 화재 진압 후 형태가 남아있는 5만원권을 찾아내 한국은행에서 교환했다.
#2.인천에 사는 정모 씨는 평소 잘 쓰지 않는 전자레인지에 비상금을 모아뒀다. 어느날 돈이 들어 있다는 걸 잊고 작동 버튼을 누르니 이내 타는 냄새가 났다. 놀라 기기를 멈춘 정씨는 타고 남은 140여만원을 신권으로 바꿔갔다.
이렇게 화재나 부패 등으로 한국은행이 교환해 준 돈이 상반기에만 16억91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보다 19.2%(2억70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못쓰게 돼 폐기한 돈은 모두 1조3620억원으로 전기대비 15.5%(1827억원) 불어났다. 폐기주화 10억원 어치를 포함한 돈이다. 이를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에는 264억원이 쓰였다. 전기와 비교해 모든 종류의 화폐에서 폐기 물량이 늘었고, 특히 100원짜리의 폐기 금액(2억 3100만원)과 물량 비중(77.7%)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폐기된 은행권 가운데 금액 비중이 제일 큰 건 만원권이었다. 상반기에 폐기한 만원권은 1조540억원어치로 은행권 폐기분(1조3610억원·주화 폐기분 제외)의 77.4%를 차지했다.(장수 기준 39.3%)
뒤를 이은 건 5000원권 폐기분이다. 전체의 9.9%로 모두 1350억원어치가 버려졌다.(10.1%) 1000원권 폐기분은 1349억원으로 폐 은행권의 9.9%를(50.3%), 5만원권 폐기분은 371억원어치로 2.7%의(0.3%) 비중을 보였다.
전기와 비교하면, 5만원권 폐기분은 금액 기준으로 55억원 줄었다.(장수 기준 12.9%) 5000원권 폐기분은 146억원 감소했다.(9.8%) 반면 만원권 폐기분은 한 분기만에 1876억원(21.7%) 급증했고, 1000원권 폐기분도 149억원(12.4%) 늘었다.
같은 기간 동전 가운데는 5억2900만원어치의 100원짜리가 폐기된 점이 눈에 띈다. 주화 폐기 금액의 55.6% 규모로(물량 기준 49.0%) 전분기대비 폐기량이 77.7%나 늘어났다.
500원 폐기분은 3억1400만원 규모로 폐기 금액의 33.0%를 기록했다.(5.8%) 50원 폐기 금액은 7400만원 규모로 금액 기준 7.8%, 물량 기준 13.8%를 나타냈다. 10원화 폐기분은 3400만원 어치로 금액 기준 3.6%, 물량 기준 31.4%를 차지했다.
상반기에 일반 국민이 한은에서 교환한 손상화폐는 16억9100만원어치로 전기대비 2억7000만원(19.2%) 증가했다. 은행권은 8억2100만원, 주화는 8억 7100만원을 나타냈다.
손상은행권은 5만원권 5억3900만원(65.7%), 만원권 2억300만원(32.0%), 1000원권 1100만원(1.4%), 5000원권 800만원(0.9%)을 기록했다. 장수 기준으로는 만원권 52.6%(2만6000장), 천원권 22.7%(1만1000장), 5만원권 21.6%(1만1000장), 5천원권 3.0%(2000장) 규모였다.
화재로 인한 손상이 644건에 4억2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습기나 장판밑 눌림 등에 의한 부패가 1005건, 2억9800만원 규모로 나타났다. 칼질 등으로 잘린 경우는 516건, 53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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