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르면 7월 과징금 매길 듯…일각서 조(兆) 단위 예상도 있지만 1000억원 수준 그칠 전망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6년여를 끌어 온 반도체 가격 담합 논란 끝에 유럽연합(EU)에서 조만간 과징금을 부과받을 전망이다. 일부 외신이 과징금 액수가 조(兆)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1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이르면 7월말 삼성전자, 필립스,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AG 등을 대상으로 반독점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매길 예정이다. EU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과징금 부과는 늦어도 9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이들 기업은 시스템 반도체 중 하나인 마이크로칩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칩은 모바일 심(SIM) 카드, 여권, 은행 카드, 신분증, TV 시스템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제품이다. EU는 해당 기업들이 사전 논의를 통해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가격 담합 혐의 적발 후 기업들이 혐의를 인정하면 과징금을 10% 감액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벌여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혐의내용과 이의제기신청서(SO)를 각 기업들에 송부했다.
일부 외신은 EU가 삼성전자에 조 단위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EU는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매출 37조4400억원으로 과징금 부과액이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향후 과징금이 부과돼도 액수가 1000억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 비중이 낮기 때문에 마이크로칩 매출은 연간 1조원이 되지 않는다"며 "향후 부과받을 과징금 액수도 1000억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의 연간 매출을 10조원대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EU의 반도체 가격 담합 조사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서 EU에 SO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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