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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전한 추사의 蘭 그림 '시우란' 경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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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전한 추사의 蘭 그림 '시우란' 경매 나와 추사 김정희, 시우란, 종이에 먹, 85*2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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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추사 김정희(1786~1856년)가 제주도 유배시절에 서자 상우에게 그려서 보여준 난초 그림 '시우란(示佑蘭)'이 고미술 경매에 등장한다.

조선 말 학자이자 문인화의 거장 추사가 유배지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선비의 자세를 잃지 않으며 써 내려간 글귀에는 아들에 대한 따뜻한 부정이 느껴진다. 추사는 정갈한 난 그림 오른편에 "난초를 그릴 때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상우에게 글을 써 내려갔다. 또 "(난을 치는)이 작은 기예도 반드시 생각을 진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비로소 시작의 기본을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작품은 간기(刊記)가 쓰여 있지 않지만 화제(畵題)에 담긴 내용으로 보아 난을 그리는 방법을 통해 유교에서 말하는 군자의 자세를 전하는 어진 아버지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아들 상우가 제주도에 왔다는 사실은 추사의 편지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제주에 있는 자신의 귀양살이를 돕기 위해 찾아온 상우를 위해 추사가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추사는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을 표방하는 문인화풍을 이끌며 규장각 대교, 성균관 대사성, 승정원 부승지 등 정치인으로 활약하였으나 1840년경 제주도로 유배당하는 고초를 겪게 된다. 개인소장자가 경매에 출품한 이 작품의 추정가는 별도문의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수억대로 전해지고 있다.

아들에게 전한 추사의 蘭 그림 '시우란' 경매 나와 작자미상, 문자도8곡병, 병풍, 종이에 수묵채색, 각 43*75.1cm


추사의 대표작 '시우란' 외에도 같은 경매에서 19세기 말 작자미상의 '문자도'가 출품된다. 문자도는 유교 보급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이번에 나온 작품은 8폭 병풍으로 각 폭에 왼쪽부터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가 쓰여져 있다. 각각의 문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행해야 할 도리를 내포하는 말로 유교적 윤리의식을 강조한다. 각 글자꼴은 대담하고 호방한 해서체로 구성돼 있으며 글자 안에는 호랑이, 용, 구름, 코끼리 등 다양한 영물(靈物)과 함께 민담 등 이야기들을 삽화로 그려 넣었다. 일반적인 문자도 안에는 윤리적 의미를 일깨우는 일화를 묘사한 것이 많지만 이번 작품에는 길상적 도상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작품을 위탁받은 마이아트옥션 관계자는 "유교적 이념과 민간신앙의 다채로운 염원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은 주로 조선후기에 나타나며 녹색이 주조색으로 사용된 채색이 잘 보존돼 있다"며 "이 문자도는 미국으로 넘어갔다가 현지에서 개인이 구입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의 경매 시작가는 1억5000만원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조선 후기 백자병도 나온다. 길게 뻗은 목과 유려한 선을 이룬 어깨에 이어 아래로 풍만하게 벌어진 양감을 가진 백자병이다. 특히 이 작품에 청화로 새겨진 활짝 핀 보상화, 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율동적인 선을 그리며 뻗어나가는 당초문양의 줄기는 모두 선명하고 짙은 빛을 띤다. 옥션 관계자는 "연화문의 한 종류인 보상화문 주변으로 널리 퍼져나가는 것은 불교의 전통문양으로 길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백자병 맨 아랫부분엔 한글로 계미년(1823년)이라고 시문해 둬 제작연도를 확인할 수 있다. 추정가는 2억~3억원대다.


이 경매는 오는 26일 개최되며, 앞서 25일까지 프리뷰 전시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 옥션하우스에서 열린다. 작자미상의 '삼존불', 오원 장승업의 '화조도 대련' 등 고서화와 도자, 목기, '용호문화각함' 등 공예품 등 총 143점이 출품된다. 별도 문의를 제외한 시가총액은 15억9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문의 02-735-111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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