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세 가지 불명예 기록을 떠안은 한국 축구대표팀. 외신은 혹평을 쏟아냈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알제리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2-4로 졌다. 후반전에 두 골을 넣으며 추격했지만 전반전 초반 내준 리드를 뒤집지 못했다. 네 골은 역대 아프리카 팀의 월드컵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의 주인은 세네갈로 2002년 한일 대회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불명예 기록은 두 개 더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의 경기 2-3 패배 뒤 20년 만에 전반전에서만 3실점했다. 전반전에서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도 당했다.
무기력한 경기력에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의 전반전 경기력은 불안하고 무능했다”고 혹평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은 지 12년째가 되는 역사적인 날이었지만 이날은 쩔쩔맸다”며 “갈수록 처음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회복은 불가능했다”고 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4·광저우), 한국영(24·가시와) 등 수비진에게 각각 평점 5점을 매기며 “이슬람 슬리마니를 막지 못했다. 자신들의 영역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내내 엉성하고 헐렁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별다른 활약 없이 57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난 박주영(29)의 움직임에도 5점을 매겼다. 골키퍼 정성룡(29·수원 삼성)에게는 가장 낮은 4점을 주며 “경기력이 형편없다”고 했다. 반면 골을 넣은 손흥민(22·레버쿠젠)에게는 7점을 선사하며 “한국의 밝은 빛”이라고 칭찬했다.
영국의 BBC 라디오는 전반에는 혹평을, 후반에는 찬사를 보냈다. 해설을 맡은 전 잉글랜드 대표팀의 크리스 웨들(54)은 한국이 0-3으로 끌려가자 “이제 끝난 거죠? 어른과 아이의 경기를 보는 것 같네요”라고 했다. 하지만 후반 두 골을 뽑으며 따라붙자 “한국은 마치 두 팀이 전 후반을 나눠 뛴 것 같다”며 “전반은 아마추어, 후반은 프리미어리그 팀”이라고 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경기를 “여섯 골이 터진 스릴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전반에만 세 골을 넣은 알제리가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반전에 슈팅이 한 개도 없었다. 수비수의 도움이 없었던 정성룡은 계속 실점했다”고 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알제리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며 “1무1패를 안은 한국이 이제 16강을 확정한 H조 최강 벨기에와 마주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 출전한 한국, 일본, 이란, 호주 중 한 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닛폰’은 “한국이 4실점하며 H조 최하위로 전락했다”며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제리는 슈팅 개수부터 한국을 압도했다”고 했다. 경쟁매체인 ‘산케이스포츠’는 “한국이 초반부터 알제리에 주도권을 뺏겼다”며 “후반에 힘 있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했다.
알제리 언론은 대승에 한껏 흥분했다. 유력 축구전문지 ‘르뷔퇴르’는 “알제리가 한국을 위해 레슨을 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막의 여우(알제리의 별칭)’가 미친 경기력을 선보였다. 32년 만에 본선 승리를 이룬 아름다운 경기였다”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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