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카지노가 들어서면 주변에 전당포가 몰려든다. 전당포는 돈이 떨어진 도박꾼이 내놓은 귀금속이나 명품, 자동차를 잡고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도박을 허용하는 마당에 전당포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전당포는 지하경제의 금융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당포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 육성하면서 규제하면 어떨까. 싱가포르 정부가 이 방안을 택했다. 카지노에 이어 전당포업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싱가포르에서 전당포가 성업중이라며 그 바탕이 된 양성화ㆍ육성 정책을 전했다.
싱가포르 내 전당포는 2008년 114개에서 최근 214개로 급증했다. DMG 앤드 파트너스 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집계하고 3대 사업자인 맥시캐시와 머니맥스, 밸류맥스의 올해 매출은 5억7700만 싱가포르달러(약 4700억원)로 지난해보다 8.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3개사는 싱가포르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기업공개(IPO)로 모두 1억300만 싱가포르달러를 조달했다. 증시에서 마련한 자금을 사업확장에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머니맥스는 올해 점포를 4곳 추가해 지점을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싱가포르 전당포 대출 잔액은 2007년 말 16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5억 싱가포르달러로 3배 이상이 됐다고 정부 통계를 전했다.
싱가포르는 전당포가 범죄행위의 금융창구 또는 자금세탁 경로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당포업 양성화를 추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월 낸 국가위험평가 보고서에서 “전당포는 현금 장사라서 불법자금을 쓰거나 불법으로 취득한 물품을 현금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양성화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싱가포르 전당포는 당국의 규정에 따라 기본적으로 물품이 불법적으로 취득된 것인지 체크한다. 또 고객 정보를 유지한다. 싱가포르 당국은 올해 관련 제도를 개정해 전당포의 의무를 강화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싱가포르 전당포협회의 이반 호 회장은 “싱가포르에 2010년 카지노가 두 곳 문을 연 이후 전당포에서 빌려준 자금 중 약 20%가 도박에 나갔다”고 들려줬다. 호 회장은 “전당포는 도박꾼이 가장 자주 찾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라며 “도박꾼은 노름밑천이 필요하고 전당포는 합리적으로 값을 매겨 대출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카지노 매출은 지난해 63억달러에서 올해 65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 도시국가를 찾은 해외 방문객은 1560만명으로 34% 급증했다. 카지노에 딸린 사업인 전당포를 찾는 도박꾼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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