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서울 강남 사립고 교사채용 비리 수사…“블랙박스 영상에 현금 건네받는 장면 찍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서울 강남 유명 사립고 교사채용을 둘러싼 비리 의혹 실태를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채용 대가로 현금 3000만원 이상이 오갔으며, 논술시험 바꿔치기를 통해 합격자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송규종)는 지난 4월 서울 강남 소재 유명 사립고교의 2013학년도 교사채용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이 오가는 비리가 개입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학교 현직 교감 A씨는 교사채용 대가로 기간제 교사로부터 현금 3500만원이 담긴 유명 상표 가방과 유명 화백의 한국화 2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다른 기간제 교사 부친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A씨는 법인관리실장 B씨에게 현금 500만원 및 시가 200만원 상당의 한국화 1점을 공여(뇌물공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A씨가 2012년 11월 현금 3500만원이 담긴 가방을 건네받아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돈을 받은 뒤 전공시험 출제 영역과 출제비율을 비리 알려주고 논술시험 지문 저자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12년 12월 논술시험 점수를 임의로 변경해 합격자 3명의 당락을 뒤바꾼 혐의를 받고 있다. 6개 과목 11명의 신규 교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논술시험 점수가 교묘하게 변경돼 결국 최종 합격자가 뒤바뀐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2위를 기록해 합격했어야 하는 사람이 6위로 처리돼 불합격되고, 6위인 사람이 3위로 합격 처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정 응시자의 경우 논술시험 점수가 10점 넘게 올려준 반면 경쟁 응시자의 논술점수는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와 구직난으로 정교사 채용을 희망하는 기간제 교사가 전국적으로 3만명 이상인데 정교사 채용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이 오고간다는 루머가 업계에 횡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교사채용 비리 수사는 루머가 현실일 수 있음을 확인해 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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