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ECB의 기준금리 인하와 장기 대출 형태의 부양 조치에 동의했던 바이트만이 그 이상의 추가적인 부양 조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바이트만 총재는 크로아티아 중앙은행이 후원한 경제 컨퍼런스에서 ECB가 미국·일본·영국 중앙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방식의 양적완화를 결정한다면 분데스방크는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트만은 "국채 매입은 ECB의 통화정책을 유로존 정부에 대한 자금융자에 가까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가격 안정이라는 임무를 달성해야 할 ECB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채 매입은 유로존 정부에 돈을 지원해주는 것이며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시장이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적인 금융 완화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시장 가치가 부양 조치에 앞서나가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금융완화 조치가 과열과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따라서 바이트만은 금융완화 조치에 의존하기보다는 각국 정부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트만은 또 유로존 부채위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며 각 국 정부는 개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CB는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장기 대출 제도의 부양 조치를 결정했다. 당시 ECB는 기준금리 0.1%포인트 인하와 기업 대출을 조건으로 은행들에 4년 만기 저금리 대출을 9월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ECB의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통화정책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바이트만도 부양 조치에 동의했다는 의미다. 실제 바이트만은 최근 독일 미디어 인터뷰에서 ECB의 부양 조치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추가 부양 조치로 언급되고 있는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이는 추가적으로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며 양적완화 가능성도 열어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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