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인하·경기부양책 가동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가동하면서 모멘텀 없는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 수출 기대감이 큰 소재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ECB는 지난 5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0.25%에서 0.15%로 낮추고, 초단기 예금금리는 0%에서 마이너스(-)0.1%로, 한계대출금리는 0.75%에서 0.4%로 낮춘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예금 금리는 은행들이 초과 자금의 일부를 다른 은행에 빌려줘 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유로존 경제를 부양시킬 것으로 해석된다.
또 ECB는 최대 4000억 유로 규모의 4년 만기 선별적 저금리장기대출(targeted LTRO)과 유로존 비금융 기업의 자산담보부증권(ABS) 직매입 고려, 고정금리 단기자금공급조작(MRO) 지속 등에 대한 조치를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필요하면 추가 조치도 가능하다고 밝혀 경기 부양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유럽계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된 유럽계 자금은 지난해 말 주식과 채권을 포함해 총 166조7000억원에서 지난 5월말 160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ECB 경기부양책이 국내 증시에 강력한 모멘텀이 되긴 어렵지만 유럽계 자금이 유입되면서 점차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봤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ECB의 경기부양책은 미국 연준의 부양책과 많이 다르다"며 "미국이 양적완화할 때는 국채금리를 낮추는데 집중하면서 채권시장에 자금이 몰렸지만 유럽은 채권보다는 돈을 풀어 경기 회복을 하려는데 포커스를 둔 만큼 주식시장에 자금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마이너스 예금금리, 국채매입프로그램(SMP) 불태화 중단조치로 자금이 은행으로 되돌아올 개연성이 낮아졌기 대문에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그는 유럽 수출 이슈가 있는 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 소재산업과 조선, 건설, 은행업종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도 예상을 상회하는 ECB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 상승으로 이어져 위험자산 선호를 확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글로벌 증시, 특히 이머징 마켓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조치 이후 국채금리가 단기적으로 하락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국채금리가 점차 상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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