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확인한 도네츠크·루간스크 독립 선언…서방, '이란식 제재' 만지작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주민투표로 민심을 확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루간스크주가 12일(현지시간)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이에 러시아는 동부지역의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서방은 추가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제네바 합의'로 해결 조짐을 보였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부지역 주민투표 결과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타르타스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11일 치러진 주민투표 잠정 집계 결과 도네츠크주에서는 투표자의 89%, 루간스크주에서는 96.2%가 독립을 지지했다. 투표율은 도네츠크주가 75%, 루간스크주가 81%로 잠정 집계됐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정부의 데니스 푸쉴린 공동 의장은 "투표 결과와 공화국 주권 선언에 기초해 공화국이 독립국가임을 선포한다"면서 "러시아에 공화국 편입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중앙정부의 조기 대선에 불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루간스크주도 이어 독립을 선포했다. 루간스크주 민선 주지사 발레리 볼로토프는 "중앙정부 쿠데타 세력의 전횡과 유혈 독재, 파시즘, 민족주의로부터 자유로운 독자 노선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주민투표는 공화국으로 분리·독립하는 데 찬성하는지 묻는 것이었다. '러시아 병합'과 '우크라이나 잔류'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한 지난 3월 크림공화국 투표와 조금 달랐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동부지역이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편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이 러시아로 합병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힌 데다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실제로 병합하기보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 압박용으로 주민투표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연방제를 도입하고 친(親)러시아계 주민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러시아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주민투표 연기를 제안했다. 그러나 크렘린궁 공보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주민들의 의사 표현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다만 "투표 결과 이행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도네츠크·루간스크 대표들 간 대화를 통해 폭력 없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러시아가 국영 석유회사 가즈프롬을 통해 가스공급까지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서다.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가 다음 달 2일까지 밀린 천연가스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3일부터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투표가 불법이니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크림공화국 인사 13명과 기업 2개를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로써 EU로부터 자산동결·여행금지 같은 제재를 받는 이는 총 61명으로 늘었다.
EU는 러시아 은행들과 가즈프롬 등 에너지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결국 러시아에 대한 이란식 제재가 서방의 최종 선택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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