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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원연화장의 끝나지 않은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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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영규 기자]죽음의 무게에 '경중'이 있을까.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보다 더 참혹한 슬픔은 없을 것이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이 야속하기까지 했던 10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하동 '수원연화장'. 지난달 19일 고(故) 최혜정 단원고 교사가 처음 이곳에서 화장된 뒤 "곧 끝나겠지"했던 악몽은 세월호 침몰사고 24일이 지난 이날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운구차가 수원연화장 내 승화원(화장시설)에 멈추자 붉은색 천으로 덮힌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섰다가 '불귀의 객'이 된 단원고 정모(18)군이다. 화장을 위해 관을 '이동대차'로 옮기자 정군의 어머니는 "이대로는 못보낸다"며 관을 붙잡고 대성통곡했다.


남편 정씨와 친지들이 간신히 아들로부터 어머니를 떼어놨지만 그는 "불쌍한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하며 피토하는 심정으로 절규했다. 주위에 있던 자원봉사자들과 친지들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이 안치된 실내 분향소로 향해 10여분간 오열하다 탈진해 쓰러졌다. 정군은 이날 단원고 희생자 중 181번째로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됐다.


정군의 화장이 진행되던 이날 오전 10시10분. 이번에는 단원고 백모(18)군의 운구차가 수원연화장에 도착했다.


백군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10여명의 친구들도 동행했다. 교복을 입은 이들은 단원고생들은 아니었다. 백군의 어머니는 "○○아, 너 보려고 멀리서 친구들이 왔네. 어서 일어나야지…"라며 슬픔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들은 백군의 관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원연화장 이창원 운영팀장은 "학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견딜 수없는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사고 발생 20일이 넘었는데도, 학생들이 들어오면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된 단원고 학생은 정군과 백군, 이모(17)양 등 모두 3명이다. 이로써 사고이후 지금까지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된 단원고 학생(183명)과 교사(6명)는 189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현재 세월호 희생자(학생 232명ㆍ교사 7명)의 80%가 수원연화장에서 영원한 안식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끝나지 않은 악몽이 계속되면서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된 희생자들의 가슴아픈 사연들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등 11년 단짝으로 꿈많던 두 소녀는 지난달 26일 수원연화장에서 마지막을 함께 했다. 오모(17)양과 한모(17)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다. 2학년에 진학한 두 딸은 9반과 1반으로 나뉘었지만, 항상 같이 다녔다. 수학여행도 함께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에도 한 객실에서 함께 있었다. 두 딸은 평택서호추모공원에 나란히 봉안됐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 양보해 '의사자'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고(故) 정차웅(17) 군도 수원연화장에서 이승과 이별했다. 지난달 22일 수원연화장 화장로에 차웅이의 관이 들어가자, 사고 이후 닷새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던 정군의 아버지는 차가운 벽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이날 차웅이의 유골함에 장난감 큐브를 함께 넣었다. 아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 했지만 끝내 사주지 못한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세월호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씨와 승무원 정현선(28)씨의 유해도 지난달 20일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됐다. 이들은 인천~제주를 오가는 배를 타며 4년 넘게 사랑을 키웠으나 사고 당일 동료를 구하고 두 사람은 끝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며 죄책감에 시달리다 목을 매 숨진 고(故) 강민규 교감도 이곳에서 이승과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수많은 사연과 아픔을 간직한 단원고 희생자들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수원연화장 입구는 노란색이 아닌 초록색 리본으로 물들고 있다. 초록색 리본은 단원고를 상징한다고 한다.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주도로 매달기 시작한 리본은 도로 양쪽으로 수백미터까지 뻗쳤다.


2001년 문을 연 수원연화장은 2009년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과 2010년 천안함 46위 용사중 21위를 화장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재린 수원연화장 소장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어린 학생들을 화장하다보니 자식가진 부모 입장에서 애통함이 과거 사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힘든 마음에 술 한잔 하고 싶어도 (애들 생각에)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정오무렵 정군과 백군, 이모 양은 2시간 가량 화장을 거쳐 백골 한 줌으로, '캄캄한' 바닷속에서 그토록 수없이 불렀을 그리운 부모 품에 안겼다. 부모들은 자식의 유골함을 건네받고 다시 한 번 오열했다. 하지만 단원고 학생과 교사 30여명은 아직도 차가운 진도 앞바다 속에서 떨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을 짓누르는 답답함과 치솟는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수원연화장 뒤뜰에 새겨진 김소엽 시인의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라는 글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 죽음은 영원한 쉼표 /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 그리고 의미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우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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