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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의 여우' 박미희, 여성 감독 성공신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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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회가 왔으니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


박미희 KBSN 스포츠 해설위원(51)이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사령탑을 맡는다. 7일 구단과 2년 계약을 하고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61·2010-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프로배구 여성 감독이 됐다.

박 감독은 코치를 해보지 않고 감독을 맡았다. 대한배구협회 기술강화분과위원(1995-2010년)으로 행정을 한 적은 있지만 지도자 경험은 전무하다. 갑작스럽게 중책을 맡은 그는 "해저 2000m까지 들어갔다 온 기분"이라며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영하 흥국생명 사무국장(37)은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7년 넘게 해설자로 일하며 축적된 분석력과 현장 친화력이 뛰어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선수단을 잘 관리해 팀을 재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두 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지난 시즌 최하위를 비롯해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문 팀 분위기 쇄신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2006년부터 배구 해설을 하며 선수들의 기량과 특성을 눈여겨본 경험은 큰 자산이다.

더 큰 장벽은 스타선수 출신이나 여성 지도자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이다. 선배인 조혜정 감독은 4승20패를 기록하고 한 시즌 만에 물러났다. 다른 종목에서도 여성 감독의 성공사례는 드물다. 여자프로농구(WKBL) 첫 여성 감독인 이옥자 감독(62)은 2012년 KDB생명에서 13승22패를 기록하고 1년 만에 사퇴했다. 이 감독은 최근 일본여자프로농구(WJBL) 아이신 AW 윙즈 사령탑을 맡아 명예회복을 노린다. 2008년부터 여자실업축구(WK리그) 부산 상무를 이끌고 있는 이미연 감독(39)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국내 스포츠 여성 감독 1호인 전 농구 국가대표 박신자 감독(73)도 1982년 신용보증기금 창단 감독에 내정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박 감독은 동성(同姓) 문화를 여성 지도자가 고전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스포츠에서 남성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는 자연스럽지만 여자 선수들은 여성 감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만큼 신뢰감이 부족하고 부담스럽게 느낀다. 거리감을 좁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배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박 감독은 "주위에서 언니 리더십이나 이모 리더십 같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순수한 지도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또 "실패가 두려웠다면 선뜻 감독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려한 성공보다는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모범 사례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박 감독은 소통이 해답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경기도 용인에 있는 훈련장을 찾아 선수부터 만났다. 선수들과 일대일로 만나 현재 상태를 살피고 원하는 지도자상을 꼼꼼히 파악했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 남부럽지 않은 영광을 누렸다. 광주여상 3학년 때인 1981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았고, 이듬해 대한배구협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좌우 공격수는 물론 센터와 세터까지 병행하며 '만능 선수'로 통했다. 실업배구 미도파에 입단해서는 데뷔 첫 해 신인상(1983년)을 시작으로 최우수선수(MVP) 6회, 인기선수상 4회, 베스트 6에 다섯 차례 이름을 올렸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은메달 획득에도 일조했다. 넓은 시야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영리한 플레이로 '코트의 여우'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0년 결혼과 함께 선수생활을 마친 그는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그동안 서울시립대와 성신여대, 수원 장안대 등에서 실기를 가르쳤다. 2003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2년 동안 옌볜 과학기술대 체육학 부교수로 일했다.


박미희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1963년 12월 10일 ▶출생지 전라남도 해남
▶학력 해남 화산초-광주 동성여중-광주여상-한양대-동대학원


▶주요 경력
-1980년 아시아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1981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 우승(체육훈장 기린장)
-1983년 미도파배구단 입단
-1984년 미국 LA올림픽 국가대표 5위
-1988년 서울올림픽 국가대표 8위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은메달
-2003~2005년 옌볜 과학기술대 체육학 부교수
-2006년~ KBSN 배구해설위원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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