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열흘째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초지일관 늑장대응 등으로 일관하던 정부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에 수일째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실종자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사 발생 이튿날인 17일 진도 실내체육관 및 팽목항 현지를 방문할 때부터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 들어서자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 애가 물속에 살아있으니 빨리 구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 역시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빨리 선체에 진입해 구조 활동을 서둘러야한다”고 소리쳤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하여금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하루 빨리 수색·구조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16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부의 무능력한 태도에 흥분한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 닷새째인 20일 실종자 구조 작업이 지연되자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믿을 수 없다며 청와대로 행진했고, 진도대교에서 이를 저지하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면담을 시작했고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가 끝나는 날인 24일 극에 달했다. 소조기 동안 추가적인 구조대를 투입해 수색·구조작업을 활발히 펼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연출했던 구조당국 때문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에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을 이날 오후 6시30분께 천막 대책본부 바닥에 끌어다 앉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장관과 김 청장에게 “수색이 끝날 때까지 민간 잠수사를 투입해 총력전을 펼쳐달라”라고 요구했다. 일부 가족은 무전기를 빼앗아 "청장 명령이니 전 인력을 동원해서 바다에 들어가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장관과 김 청장은 민간 잠수사 투입 등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7시간여 만인 25일 오전 1시30분께 현장에서 벗어났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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