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장관 회담도 취소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일본이 기대했던 선물은 없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8년 만에 일본을 국빈 방문하며 풀어놓을 선물보따리로 기대됐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협상 타결 소식은 끝내 전해지지 않았다. TPP를 일본 경제 성장을 디딤돌로 삼으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제3의 화살' 정책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방문에서 오바마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와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화통한 지원을 했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정반대였다. 일본과의 안보 동맹은 강조했지만 경제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5일 일본과 미국 양측이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이날 새벽까지도 TPP 협상을 진행됐지만 마무리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막판까지도 돼지고기 관세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반전의 계기로 예상되던 장관급 회담도 취소됐다. 당초 이날 새벽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TPP담당 장관과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 대표부 (USTR) 대표가 만나기로 예정도 협상 타결의 마지막 희망을 남겼지만 회담은 없던 일이 됐다.
대신 아마리 장관이 기자회견은 이날 아침 홀로 기자회견을 갖고 "TPP를 둘러싼 미일 양국 간에 중요한 현안에 대한 길을 확인했지만 대체적으로 합의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타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일 양국 정부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TPP 협상 타결을 위한 협의를 계속했다. 하지만 양국간 정상회담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한 데 이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위한 출국이전까지도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당초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TPP 협상에서 어느 정도 양보해 결론이 날 것이라고 군불을 땠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에 대해 구미 언론들은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산업 수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면서 쌀과 쇠고기 돼지고기 시장 개방을 주저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는 논리다. 자국이익만 챙긴다는 불만인 셈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 투자자들이 소화불량에 빠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저널은 일본은 자유무역 조약 없이는 '맛좋은 투자처'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지난해 아베 총리가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한 직후 일본 증시가 2%가 급등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저널은 TPP 협상 실패가 아베 총리의 정책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다른 개혁조치도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시장의 반응도 민감했다. 24일 일본 증시는 글로벌 증시 강세속에서 하락 마감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니케이 지수는 0.97% 하락 마감했다.
산케이신문은 TPP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며 도쿄 증시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농업과 자동차 분야에 대한 역대 자민당 정권의 보호 정책에 오마바 대통령이 통렬하게 비판했으며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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