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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북한동상' 다큐 만드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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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북한동상' 다큐 만드는 이 사람 사진ㆍ영상작가 최원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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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ㆍ영상작가 최원준씨...'만수대 마스터클래스' 제작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가 왜 이런 현실에서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들이 스스로 던지도록 하고 싶었어요. 어떤 주장이나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계몽을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가장 후진적이라고 생각하죠."


사진ㆍ영상작가 최원준(35)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10년간 작품 활동을 해 오면서도 이처럼 가슴을 뛰게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지금 만들고 있는 비디오 작품이 해외에서 상영될 때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곤란한 상황들은 그를 다소 초조하게 만든다.

그는 요즘 아프리카에 북한이 설치한 기념비와 동상, 건축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중이다. 이 작업은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국가에서 초대형 동상 제작 당시 북한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참여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최 작가는 "북한의 시각상징물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예술적 해석이 가능하겠단 생각에 2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작품 '만수대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지난해 2월과 7월 두 달간 아프리카 13개국을 찾았다. 작품제목에서 '만수대'는 아프리카에서 작품을 제작한 북한 예술단체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프리카의 북한동상' 다큐 만드는 이 사람 비디오 작품 '만수대 마스터클래스'의 한 장면.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세워진 대형 기념물 '아프리카 르네상스'는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작품이다.


그가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 언론인ㆍ종교인ㆍ전직군인 등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에는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기증ㆍ수출한 기념물 등에 대한 배경과 기록, 현지 반응들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1974년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나미비아, 세네갈, 콩고 등 여러 나라에 대통령궁, 독립기념관, 영웅 동상 등을 제작해 왔다. 초창기 작품들은 주로 북한이 아프리카에 기증했던 것들로, 이는 비동맹을 추구하는 신생독립국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1970~80년대 남북의 외교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건축물 등을 아프리카 독재국가에 선물로 지어줬고 미국에 대항하는 외교정책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2000년대 들어선 이 같은 작품들을 아프리카에 수출하기에 이르러 북한은 현재까지 1억6000만 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최 작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감정이 분분하다. 진보성향은 자국민 경제도 어려운데 그 많은 돈을 북한 사람들이 만든 건축에 쏟아야 하는지 비판하기도 하지만 보수파들은 북한이 과거 군사, 의료 지원 등을 해줬던 것을 기억하며 여전히 우방국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과정에서 작가는 '북한 미술품과 건축물'에 대해 유럽과 미국 등 외부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또 북한의 예술이 '고루하다'는 편견이 깨졌다. 그는 "북한 특유의 수직과 대칭이 드러나 있는 건축물과 동상을 실제로 보면서 꽤 수준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우리의 현대미술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한국적 정체성과 전통미 역시 잘 구현돼 있다"며 "예술적 가치만이 아니라 통일이 되면 이런 작품들은 시대적, 역사적인 인류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작가는 이번 작업의 결과물을 오는 6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과 9월 개최하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근심이 있다. 작품 속 내용들에 대해 북한 측에서 저작권 문제를 거론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아프리카에서 찍은 영상 외에도 작품 안에는 북한 방송의 보도 이미지나 영상들이 들어간다. 그는 "외교부나 통일부에 문의해도 저작권료를 낼 통로를 찾을 수 없었다"며 "심지어 우리나라 정부 기관에서는 북한미술과 관련한 촬영을 하기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한다는 이유로 비자발급에 협조도 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프랑스 예술기관 등에서 도움을 줘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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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 작가는 서울 미아리 집창촌과 버려진 미군부대, 콜라텍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장소들이 사회정치적 맥락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사진과 비디오로 풀어내 왔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아프리카라는 공간을 통해 북한과 한반도 냉전을 다시금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졸 출신이지만 젊은 나이에 국내 사진ㆍ영상 작가로는 일찍이 두각을 보였다. 직업학교에서 사진기술을 익혔고, 의경으로 군대생활을 하던 시절 채증 사진가로 복무했던 경험이 정치ㆍ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 최 작가는 2010년 한진 일우재단 사진상을 수상한 후 2011년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박정희 동상을 중심으로 한 영화 '물레'를 제작해 '에르메스미술상' 전시에서 발표했다. 또 2011~2012년 프랑스 파리의 팔레드도쿄미술관의 소속작가로 활동했고 지난해 파리 케브랑리 미술관에서 창조적 예술상을 수상, 이곳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사진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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