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2013-2014시즌 마지막 엘 클라시코. 레알 마드리드가 이겨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을 차지했다. 가레스 베일(25)이 끝냈다.
1-1로 맞선 후반 43분, 중앙선 왼쪽에서 공을 잡은 베일이 달리기 시작했다. 터치라인을 따라 달리다 골문 쪽으로 방향을 바꿔 50여m를 치고 들어갔다. FC바르셀로나의 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라(24)가 사력을 다해 뒤쫓았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다. 베일은 눈부신 스피드에 놀라 몸이 굳은 골키퍼 호세 마누엘 핀토(39ㆍFC바르셀로나)의 가랑이 사이로 우승골을 통과시켰다. 넥타이를 매고 모자를 쓴 채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가 왼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는 왼쪽 대퇴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이 경기에 뛰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의 결승골에 힘입어 2010-2011시즌 이후 3년 만에 스페인 국왕컵을 탈환했다. 통산 열아홉 번째 우승이다. 앞서 열린 두 차례 라이벌전에서 FC바르셀로나에 당한 패배도 되갚았다. 베일은 영국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양 팀 최다인 평점 9.1을 받아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FC바르셀로나는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탈락에 이어 또 한 번 쓰라림을 맛봤다.
레알 마드리드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2위(승점 79)를 지키며 선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82)를 추격하고 있다. 다섯 경기나 남겨 놓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다음달 5일 열리는 8위 발렌시아(승점 44)와의 경기가 고비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에 진출해 3관왕(정규리그ㆍ컵대회ㆍ챔피언스리그)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폭풍 같은 질주에 이은 정확한 마무리. 베일의 전매특허와도 같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해 10월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베일의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34.7km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안토니오 발렌시아(29ㆍ시속 35.1km)에 이어 세계 축구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빠르다. 남자 육상 100m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28ㆍ자메이카ㆍ시속 38km) 못잖은 빠르기다. 볼트는 지난해 9월 26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베일과 레알 마드리드 구단이 원할 경우 더 빨라지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베일은 올 시즌 이적료 9100만 유로(약 1309억원)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 속에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시즌 초반에는 허리 부상 때문에 고전했지만 최근 들어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라요 바예카노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고, 레알 소시에다드(6일)와 알메리아(13일)를 상대로도 각각 한 골씩 넣었다. 25경기 14골로 프리메라리가 득점 순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날두(28골)와 카림 벤제마(27ㆍ17골)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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