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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배우는 사람> 미국 대표 작가 토마스 핀천의 초기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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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느리게 배우는 사람> 미국 대표 작가 토마스 핀천의 초기작들 토마스 번천의 소설집 '느리게 배우는 사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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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핀천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미국 작가다. 에드워드 멘델슨(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 영문학자)은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 작가 가운데 최고의 작가”라고 평가한다. 핀천은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며 현대사회를 비판적으로 통찰, 과학소설에 영향을 끼친 SF문학의 선조로 인정받는다.


최근 토머스 핀천의 유일한 소설집 '느리게 배우는 사람'(창비 출간)이 국내 초역, 출간됐다. 당초 '느리게 배우는 사람'은 대학시절 초기의 단편을 모아 작품을 쓴 지 20여년이 지난 1984년 출간됐다. 핀천은 이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나는 중년다운 평정심을 내세워, 그 당시 어린 작가였던 나를 이제 있는 그대로 봐줄 나이가 된 것처럼 행세하기로 했다"며 "이 어린 친구를 내 인생에서 내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술회한 적 있다.

핀천은 서문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미흡했던 점, 어두운 말귀 때문에 대화의 많은 부분을 망가뜨리고 있는 점, 개념이나 관념을 먼저 앞세운 탓에 등장인물의 생생한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을 고백한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핀천 문학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


소설집에 담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소재나 배경, 스타일에서 전혀 다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 보면 서로 닮은 점이 많다. 번역자인 박인찬의 설명이다.

"각각의 이야기에서는 죽음, 고갈, 권태, 획일화, 무질서, 파국, 단절의 느낌이 인물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핀천은 이러한 상황을 폐쇄회로, 쓰레기 폐기장, 엔트로피, 미국 교외, 묵시록적 종말 등의 메타포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초기 단편들이 결함투성이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 소설집은 황무지 위의 삶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른 현대인의 이야기를 동시대의 새로운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핀천의 첫 단편 '이슬비'는 폐쇄회로와 같은 고립적이면서 단절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반면 '로우랜드'는 결혼이라는 틀 속에서 책임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거기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움을 꿈꾸는 남성의 이야기다. '엔트로피'는 핀천 문학의 브랜드처럼 여겨지는 엔트로피 개념을 문학적으로 처음 형상화한 작품이다. 무질서·소음·혼란·고갈과 질서·규칙·통제·보존 간의 충돌이 소설의 핵심구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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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로즈'는 19세기 말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의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일 무렵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독일의 스파이 몰드웝과 그것을 저지하려고 애쓰는 영국의 스파이 포펜타인이 이집트에서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은밀한 통합'은 기존의 관습과 규범을 따를 것을 강조하는 어른들과 그것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십대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흑인을 대하는 백인 어른들의 시각이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핀천이 작품 속에 끌어들인 지식의 범위는 방대하다. 또한 미국 대중문화가 빈번히 소설 속에 등장한다. 게다가 말장난 같은 동음이의어나 처음 보는 약어, 20행이 넘는 아주 길고 복잡한 문장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러나 핀천의 문체를 살리면서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충실한 번역이 돋보인다.
<'느리게 배우는 사람'/토마스 핀천 지음/박인찬 옮김/창비 출간/값 1만2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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