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2차 소송서 2011년 '100인 회동' 앞서 주요 임원에 보낸 이메일 공개
"테더링·음성인식 등 안드로이드가 앞서…'시리'로 뛰어넘을 것" 지시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애플은 '혁신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너무 오래돼 구식인 된 패러다임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위험에 빠져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기술적으로 훨씬 앞서있다."
삼성·애플간 2차 소송 공방이 본격화되면서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문건 및 증언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속개된 재판에서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11년 열릴 '100인 회동'을 앞두고 필 실러 수석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에게 지난 2010년 10월 전한 이메일이 공개됐다. 100인 회의는 매년 잡스가 애플 내 주요 구성원 100명과 함께 향후 전략 등을 논하던 비밀회의를 말한다.
이메일에는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애플에 대한 잡스의 위기의식과 구글·MS 등 경쟁사의 약진에 대한 우려 등이 담겨있었다. 잡스는 애플의 모든 스마트 기기들을 함께 묶어 소비자들이 애플의 생태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침도 담았다.
잡스는 이메일에서 "2011년은 구글과의 성전(Holy War with Google)을 벌이는 해"라고 말했다. 이것이 2011년 100인 회동을 개최하는 첫 번째 이유이며, 애플은 구글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애플이 포스트PC 시대를 이끌어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더 작고 더 얇고 더 가벼운 모바일 기기와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이메일 내용을 총 11개의 세부 항목으로 나눠 각 부문 담당자에 전달할 사항을 적었으며, 특히 5번 항목을 통해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가 안드로이드에 뒤쳐져 있는 부분을 따라잡으라"고 지시했다. 잡스는 iOS가 안드로이드에 뒤쳐져 있는 부분으로 알림(notification), 테터링(tethering), 음성인식(speech)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들을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 등을 통해 뛰어넘으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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