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퇴직자에 명예졸업장 수여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이랜드그룹 33주년 창립기념식이 열린 2013년 9월. 박성수 이랜드 회장(사진)은 환갑을 앞둔 A 상무에게 명예 졸업장과 함께 메달을 걸어줬다. 창립멤버로 33년간 회사에서 일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제 2의 인생을 앞둔 직원에 대한 격려차원에서 박 회장이 직접 만든 졸업장이다. 이 상무는 생애 5번째 졸업장을 받았다.
박 회장은 "졸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면서 "퇴직을 은퇴가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랜드그룹은 앞으로도 정년퇴직자들에게 '졸업장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이는 박 회장의 의지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항상 "회사는 학교"라고 강조한다. 회사 구성원들이 항상 배움의 자세를 갖고 지식을 쌓아야 회사가 발전한다는게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박 회장의 '지식 경영'은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다. 외환위기 당시 어려웠던 회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린 결론이었다. 박 회장의 지식경영은 직원이 현장에서 취합한 시장 자료와 아이디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직원들은 매년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1인 1프로젝트)를 내고 그룹 단위로 열리는 아이디어 경연인 지식 페스티벌도 참여한다. 이를 통해 지식을 관리하는지식뱅크(CKOㆍChief Knowledge Officer)실에는 매년 4000여건의 지식이 저장되고, 이 가운데 5%는 기업 비밀로 지정, 별도 관리해 신사업과 인수합병(M&A)에 적용시킨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매장을 열때도 직원들은 가장 먼저 지식 뱅크를 살펴 본다.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새로운 프로젝트에 지식화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잘 만든 지식은 부서 간에 판매도 한다.
중국에 스파오를 론칭하기 위해 파견된 준비팀은 지난해 지식뱅크에서 티니위니, 플로리, 스코필드 등 중국 사업부가 내놓은 주 단위 베스트 상품을 찾아 분석했다. 이와 함께 경쟁사인 글로벌 제조ㆍ유통 일괄형(SPA)브랜드의 고객 의견을 수집해 스파오에 적용할 점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중국 고객이 선호하는 아이템과 특성을 찾았다. 그 결과 중국 상하이 스파오 1호점은 개장 3일만에 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최대로 부여한다. NC백화점 지점장으로 과장급을 발령하는 파격인사를 한 뒤 큰 틀만 제시해 줄 뿐 모든 사안에 대한 권한을 점장에게 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성과가 좋지못하더라도 박 회장은 사업 전반에 대한 조언을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만 맡는다.
지식경영을 통해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달성했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이 목표"라면서 "SPA 브랜드를 해외로 확장하고 중 대형 점포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