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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소록도 봉사로 찾았다 '새로운 희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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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소록도 봉사로 찾았다 '새로운 희망'(인터뷰) 박준 원장이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 환우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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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고흥=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장용준 기자]봄 향기 짙은 3월 어느 날 전라남도 고흥의 국립소록도병원이 부산스러운 이유는 한 방문객 때문이다. 이 손님은 매달 이맘때 쯤 찾아와 한센병 환우들의 머리칼을 멋스럽게 다듬어준다. '미용 대통령'으로 불렸던 '박준 뷰티랩'의 박준 원장이 그 주인공. 박 원장은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으나 계속된 설득에 겨우 몇 마디를 꺼내게 됐다.

"이런 자리도 오랜만이네요. 지난해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로 상당 시간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지냈죠. 어떻게 하면 그 힘듦을 견딜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좀 더 돌아볼 시간을 갖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 지금까지 왔네요."


박 원장은 당시 사건 이후 한동안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봤다고 털어놨다. 밤이 깊어도 잠을 이루지 못 했으며 계속 찾아드는 괴로움에 짓눌려야 했다. 그러다 한 지인이 소록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박 원장은 무언가 가슴에 와 닿는 찌릿함을 느꼈다.

"지난해 이맘때였는데, 처음 와서는 스스로를 버렸어요. 이름도 본명인 박남식을 사용했고, 수염도 밀었죠. 그러니 아무도 몰라보더라고요. 그냥 미용사라고 자기소개를 했죠. 소록도는 기술봉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 보람 있을 것 같았어요."


박준, 소록도 봉사로 찾았다 '새로운 희망'(인터뷰) 박준 원장이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 환우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그는 적응을 위해 기본적인 병수발 드는 법부터 배웠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환우들 기저귀를 갈고 청소는 물론이고 식사도 도왔다. 박 원장은 "처음에는 무서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미용사는 직업 특성 상 장갑도 못 끼고 직접 피부끼리 맞닿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더 그랬죠. 하지만 그 모든 건 잘못된 인식 탓이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한센병이 전염병이 아니며 환우들도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할 수 있었죠."


박 원장은 봉사활동에 익숙해지면서 국립소록도병원에 완전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인생 앞에서 보다 겸손해지는 법을 터득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불면증도 이겨냈다.


"하루 종일 어르신들 머리칼을 다듬다 보면 자기 걱정할 시간이 없죠. 그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거든요. 소록도분들이 멋 내는 걸 정말 좋아해요. 어떻게 잘라달라는 주문도 복잡하죠. 원하는 대로 잘 해주니까 굉장히 만족해했죠. 저도 기뻤어요."


박준, 소록도 봉사로 찾았다 '새로운 희망'(인터뷰) 박준 원장이 일진 코스메틱에서 기증한 헤어 용품들을 사용해 소록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박 원장은 반쯤은 소록도 사람처럼 행동했다. 선입견이 걷히면서 사람들에게 깊은 정이 든 것이다. 그들과 안부를 나누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은 한 가족을 방불케 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그는 최근 한 환우의 집에서 함께 식사까지 즐긴 바 있다.


"가장 힘든 점이요? 같이 잘 지내던 분이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을 때죠. 피붙이도 아닌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우울해집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다시 또 털고 일어나 제 일을 하죠.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게 뭔지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박 원장의 봉사는 헤어 용품 전문업체인 일진 코스메틱도 함께 하고 있다. 당사의 다양한 기증품들은 박 원장에게 또 다른 활력소다. 많은 이들의 성원에 힘입어 "내 손이 떨려 더 이상 가위를 잡을 수 없을 때까지 이 일을 지속하겠다"는 박준, 그가 찾은 또 다른 인생의 희망에서 짙은 사람 냄새가 묻어났다.


▲ 유영달 봉사팀장 인터뷰 "소록도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


박준, 소록도 봉사로 찾았다 '새로운 희망'(인터뷰) 유영달 봉사팀장이 박준 원장과 함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 환우를 돌보고 있다. 사진은 유영달 봉사팀장(좌)과 박준 원장(우).


유영달 봉사팀장은 현재 국립소록도병원의 모든 자원봉사자들을 총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박 원장이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걸 지켜봐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 팀장은 그 훈훈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에 대해 말을 꺼냈다.


① 소록도에 오게 된 계기는?


박 원장과 비슷할 걸요?(웃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과정에서 뭔가를 찾고 싶었죠. 경남 산청의 성심원에도 여기와 같은 시설이 있어요. 거기 사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의 존재를 알게 됐죠.


② 봉사자들은 어떻게 생활하죠?


대학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오전 4시 반에 일어나서 오후 5시까지 일과가 진행됩니다. 이후 밤에 밖에 나가도 딱히 할 것도 없어요. 상당한 절제가 필요하고, 절대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 점에서 박 원장의 꾸준함은 본받을 만합니다.


③ 활동을 해오며 무엇을 느낄 수 있나?


봉사라는 건 내가 그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겁니다. 그런 일체화가 중요하죠. 그래서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됩니다. 서로가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박 원장이 느낀 감동도 마찬가지죠. 봉사자들과 그런 마음을 공유하려고 노력해요.


④ 앞으로 국립소록도병원의 내일은?


거창한 질문이네요.(웃음) 봉사는 어떤 대의보다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환자와 봉사자 모두가 함께 치유되는 거죠. 더 많은 참여자들이 와서 그 기분을 나눠가길 바랍니다. 제 소망은 그것뿐입니다.


박준, 소록도 봉사로 찾았다 '새로운 희망'(인터뷰) 박준 원장이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재능기부 형식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유영달 봉사팀장이 박준 원장과 함께 가꿔나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온정이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기운을 얻는다. 이를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 새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마음이 있는 한 소록도의 미래도 밝다.




(소록도)고흥=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사진=송재원 기자 sun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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