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 2주 대한민국은 지금
5000 vs 1만1000…규제 기준달라
정책목표 상충돼 의견충돌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일정기간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금어기(禁漁期)는 경제규제일까 사회규제일까. 논란이 된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산업의 걸림돌일까 청소년들을 위한 보호정책일까.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끝장토론 후 2주간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할 개혁기준은 확립하지 못해 부처 간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규제개혁과 다른 정책목표가 상충되는 경우도 많아 곳곳에서 의견충돌도 잦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전체 규제 1만5305건 중 각 부처에서 경제규제로 분류한 개수는 총 5045건이다. 그러나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은 이보다 6000여건 많은 1만1000여건을 경제규제로 파악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와 각 부처간 경제규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른 탓이다.
국조실은 지난달 각 부처 규제담당을 대상으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경제활동 규제'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당초 사회적, 행정적 규제로 분류됐더라도 경제활동 요소가 조금이라도 포함되면 경제규제로 포함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끝장토론에서 부처별 입장차가 두드러졌던 게임 셧다운제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금어기(禁漁期)는 사회규제가 아닌 경제규제가 된다. 또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철도ㆍ교통규제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공정경쟁 규정 ▲지역발전을 배려한 수도권규제 ▲식품안전을 위한 규제 등도 개혁대상인 경제규제로 분류돼 논란이 예상된다.
부처별 경제규제 개수도 대폭 늘었다. 등록규제 수가 가장 많은 국토교통부(2443건)의 경우 당초 851건이 경제규제로 등록됐지만, 국조실의 기준에 따르면 1200여건이 된다. 등록규제 2위인 해양수산부는 전체 1491건 중 489건을 경제규제로 분류했지만, 국조실은 1100여건으로 파악했다.
국조실이 경제활동 규제라는 개념을 적용한 것은 지금까지 규제 등록 과정에서 오류가 많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각 부처는 재분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자체 분석한 경제규제의 개수와 국조실에서 분류한 개수가 큰 차이를 보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부처는 부처 특성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줄 것을 국조실에 강하게 요청한 상태다.
기존 정부정책과의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금융소비자보호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규제개혁과 상충되는 것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당장 부처별 규제감축 할당량이 정해졌지만 규제 가이드라인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기준 확립이 시급하고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조실 관계자는 "부처들의 입장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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