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위기가 오히려 약이 됐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북현대의 필승의지가 오만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콧대를 꺾었다.
전북은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4차전 홈경기에서 레오나르도의 결승골에 힘입어 광저우를 1-0으로 물리쳤다. 지난달 18일 원정 3차전에서의 1-3 패배를 설욕하며 선두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2승1무1패(승점 7)가 된 전북은 광저우(승점 7)에 다 득점에 뒤진 2위를 유지했다.
악재를 딛고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전북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21분 정혁이 상대 수비 진영에서 역습을 차단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그러나 수적 열세는 선수단의 응집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역습으로 기회를 엿보던 전북은 후반 30분 이재성이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겨준 공을 문전 쇄도하던 레오나르도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위기는 한 번 더 찾아왔다. 경기 내내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던 수비수 이재명이 얘기치 못한 부상으로 최보경과 급히 교체됐다. 전북은 막판까지 계속되는 광저우의 파상공세를 육탄방어로 막아냈다. 김남일을 비롯한 고참들의 독려 속에 모든 선수들이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 상대 슈팅을 차단하며 한 점차 승리를 확정지었다.
광저우 원정에서 애매한 심판판정으로 패배를 당한 전북은 이날 승리로 광저우와의 역대 전적에서 2승2무2패로 균형을 맞췄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 무단 불참하는 등 자존심을 건드린 광저우의 오만함을 통쾌한 승리로 되갚았다. "K리그 클래식 경기를 하면서도 광저우와의 승부를 생각했다"던 최강희 전북 감독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환한 미소로 관중석을 돌며 팬들의 환호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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