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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원연봉 공개 제도 손질 필요하다

시계아이콘01분 01초 소요

상장기업의 2013년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인 어제 기업들이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른 조치다. 역시 대기업 오너의 보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영실적이 우량한 기업의 전문경영인도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받았다.


그 같은 연봉은 일반 봉급생활자나 서민 입장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렇다고 연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역경을 딛고 창업한 오너나 말단사원으로 출발해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이들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처음 시행된 연봉공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공개 대상을 등기임원에 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에서 등기임원보다 비등기임원이 많다. 일부 재벌가 오너는 회장ㆍ부회장 등 직함은 가지면서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지 않다. 몇몇 오너 일가는 법 시행을 앞두고 등기임원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런 식이라면 초고액 연봉을 받는 몸통은 빠져 나가고 수억원대 연봉의 깃털만 남아 경영 감시라는 법 개정의 취지가 바래게 된다. 공개 대상을 '집행 임원' '(실질적인)업무 집행 지시자' 등으로 넓혀야 할 것이다.


공개대상을 5억원 이상으로 한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5억원이란 기준은 새 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령에서 정한 것이다. 등기 여부나 금액 기준에 관계없이 주요 임원의 보수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에선 등기 여부에 관계없이 고액 연봉자 5명씩을 공개한다. 일본도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연봉 1억엔 이상이면 기본급, 스톡옵션, 상여금, 퇴직보상 등을 개인별로 공시한다.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인 3월31일 오후 '몰아치기 공시'에 나서는 것도 속 보이는 행위다. 많은 기업이 한날 한시에 주주총회를 열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막는 것과 유사하다. 임원 평균 보수가 직원 평균 보수의 15~19배에 이르는 대기업들도 있다. 경영진의 연봉은 함께 근무하는 종업원과 주주, 소비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번 공개가 경영성과에 걸맞은 합리적인 보수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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